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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샵 Apr 16. 2017

당신의 몸은 소모품이 아니에요.

현대의학이 바라보는 몸

1970년대 TV 외화 시리즈로 유명했던 <6백만 불의 사나이>는 전직 우주비행사인 주인공이 비행기 사고로 왼쪽 눈과 오른쪽 팔, 두 다리를 잃게 된다. 정부의 사이보그 요원 계획을 제안받은 주인공은 세계 최초로 생체공학 인간이 되어 일반인을 능가하는 초능력을 갖게 된다. 이 능력을 이용해 악당들을 무찌른다는 내용이다. 40년 전의 이야기지만 이제 곧 현실이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리 메이저스 주연의 <6백만불의 사나이>. 마크 월버그 주연의 <60억불의 사나이>로 리메이크 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는 고장 난 몸을 고칠 뿐만 아니라 멀쩡한 몸에 칼을 대어 몸을 '개선'하기도 한다. 수리의 대상인 몸이 이제는 개선의 대상이 된다. 지금까지 몸은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진화해 왔지만 이제는 여기에 인공 선택이라는 사회와 문화의 법칙이 추가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몸의 많은 부분이 인공물로 바뀌고 있다. 인공치아, 인공관절, 인공판막, 인공신장, 코나 유방 등에 넣는 인공보형물들은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공상과학은 흔히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을 인공물로 바꿀 날이 올 것이라고 예언한다.
- <몸의 역사: 의학은 몸을 어떻게 바라보았나> 중에서

무릎 관절의 문제로 다리가 휘어 통증이 너무 심해 거동이 불편해지고, 나머지 무릎 관절까지 악영향을 주는 상황이라면 의학의 도움을 받아 인공관절 수술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술 위험성이 따르며, 2주간의 입원기간 그리고 수술 후 재활운동을 성실히 하더라도 예전의 관절 가동범위로 회복되진 않는다. 다만 통증과 불편한 움직임이 사라지니 삶의 질은 개선된다. 인공관절 수술과 유방암 수술을 받은 66세의 내 어머니 이야기다.


74세이신 아버지도 베트남 전에서 관통상을 입어 수술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몸의 어딘가를 교체해야 하거나 수술을 받아본 적은 없다(람보 3편에서 람보 역시 옆구리 관통상을 입는다. 관통 부위에 화약을 집어넣고 불로 지지는 장면은 압권). 물론 노화는 막을 수 없기에 전립선 기능과 근력이 약해지는 현상은 있다. 그래서 걷기 운동은 꼭 하시라고 권해드렸다. 전쟁 세대인 아버지 역시 몸을 과하게 사용하셨지만 다행히 현재까지는 큰 탈 없이 지내신다.


2000년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와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동시에 경험한 7080 세대는 평균 수명 80세, 노력 여하에 따라 100세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 전쟁 세대에 비해 도시화, 산업화, 자동화됨에 따라 육체적 노동의 비중이 줄어 몸을 과사용하는 경우 역시 많이 줄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심해진 탓에 정신적 스트레스는 높아져 몸과 마음의 만성질환은 늘었으며 높은 교육 수준과 인터넷 발달로 더 많은 정보들을 접하고 산다.  


환경개선, 공중보건과 과학 발전에 힘입어 몸을 잘 관리하면 노화를 막을 순 없어도 질환에 시달리지 않고 건강하게 천천히 늙어가고, 노인이 되어서도 건강상의 특별한 문제없이 지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유전적, 환경적 촉발을 제외한다면 내외과적 수술을 없이 삶을 보내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 70대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수술 없이도 건강한 삶을 보내고 있는 경우를 주위에서도 본다. 의료기술 발전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전염병과 인구 증가 사이의 역사적 상관관계를 연구한 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약품과 수술 등 의료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평균수명 연장에 기여한 바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그보다는 상하수도의 분리와 방역 등 일반적인 공중보건정책, 그리고 주거환경과 식생활의 개선 등으로 영아사망률과 전염병 사망자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평균수명 연장의 주된 원인이었다. 그러니 의료기술이 더 발달하면 나도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하겠다. -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중에서

유전자가 우리 몸의 설계도인지 아니면, 단순한 이정표인지와 관계없이 유전학의 공헌은 인간의 몸이 모두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 데 있다. 몸의 개인차를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 의학은 이런 사실에 주목하지 않고 여전히 몸을 '기계'나 기계의 '소모품' 또는 '부속품'으로 다루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몸을 소모품처럼 거래하고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현대의학은 몸이 기계와는 다르게 다양한 유전자적 특성을 지녔으며, '몸의 다양성'이야말로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건강하게 늙어갈 때 꼭 필요한 조건이라는 사실을 가볍게 여긴다. 이 때문에 현대의학은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만성질환으로 인해 빠르게 몸이 망가져 가고 있는 재앙을 해결할 방법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아니 찾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의료업계는 만성질환을 예방할 때보다 치료 시 더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반전영화 <람보>는 베트남 참전 용사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냉대를 그린 영화로 호평받았다. 그에 힘입어 제작된 2편은 미군 포로의 생사여부 확인을 위한 정찰 임무를 부여받고 베트남 정글 속으로 람보가 투입된다. 연락책과 만난 후 포로수용소를 향해 가는 도중, 그는 '전쟁은 이기고 있지만 군인들은 패배하고 있는 상황'을 힘겨워하며 스스로를 '소모품'이라고 이야기한다. 동행한 연락책 여주인공 코 바오는

람보, 당신은 소모품이 아니에요(Rambo, You're not expendable).

라며 감싸준다. 


미군 포로와 자신을 소모품 취급했던 세상을 향해 그의 손에 쥔 M60 기관총이 불을 뿜고 있다.

사람은 국가나 전쟁을 위해 동원되고, 가치가 없어지면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니다. 아니 소모품이어서는 안 된다.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사람이 모여 국가를 이룬다. 국가나 정부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몸도 마찬가지. 헤아리기 조자 힘든 수 없는 세포들이 모여 조직과 시스템 구성해 몸을 이룬다. 어디 하나 소중하지 않은 부위가 없다. 그저 적당히 쓰다가 고장 나면 대체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몸은 여분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몸의 일부를 인공으로 대체할 수 있는 혜택을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사고와 질환을 막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선택이어야 한다. 한국 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는 몸을 제대로 보살필 겨를도 없이 살아왔다. 

'적당히 오래' 몸을 쓸 수 있는 사치를 부릴 수 없었다.

해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 여기저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다행히 현대의학은 완벽하지 않지만 몸의 문제를 해결하고 일부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기계론적 자연관인 환원론에 몰두해 몸을 소모품과 부품으로 구성된 기계로 바라보는 한 재앙처럼 다가오고 있는 만성적 질병들을 해결할 수 없다. 자연의 일부인 몸, 그 속에 담긴 한 개인의 소중한 삶과 수많은 관계와 추억 그리고 세대를 이어가는 유전의 힘을 간직한 소중한 존재로 바라볼 때라야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몸은 여분이 없으며 당신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했다. 몸은 움직임이고, 생각이며 존재 그 자체이다. 우리 몸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움직인다. 시간을 내어 적당히 몸을 움직여 뇌와 몸 구석구석을 자극하는 동시에 가공의 음식이 아닌 자연의 음식을 먹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몸 이곳저곳을 대체하지 않고도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참고 1: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돌베개(2002) 

참고 2: <몸의 역사: 의학은 몸을 어떻게 바라보았나> 강신익 지음, 살림(2007)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 영양 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

http://푸샵.com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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