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알고 싶다 - 당신의 뼈 이야기
'해골(骸骨, 뼈)' 하면 왠지 으스스한 기분이 들면서 다음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마루치 아라치의 '파란 해골 13호', 영화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1편 레이더스의 '수정 해골', 정형외과에 세워져 있던 해골 모형,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의 몸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인체 신비전>. 특히 <인체 신비전>을 통해 본 인간의 해부된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리스어 'Skeletos(건조한)'에서 유래된 인간의 골격(Skeleton)은 대부분 석회질의 뼈(Bone)로 이루어진 강력한 구조물이다. 골격은 인간의 체형(體型)을 이루고 몸을 지탱하는 기둥으로 뇌, 심장, 간과 같이 섬세한 기관을 보호하고 자세를 유지해주며, 근육이 붙음으로써 관절과 머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흉곽의 움직임으로 폐를 부풀려서 숨을 쉴 수 있고, 머리뼈에 있는 뼈를 움직여 음식을 씹을 수 있다. 그 뼈를 보고 괴테는 다음과 같은 글귀를 남겼다.
근엄한 납골당에서
두골들이 가지런히 어우러진 모습을 보면서
지나가버린 옛날을 생각했다.
살아 있다면 서로 증오했을 두골들이 열을 맞추어 줄지어 있다.
죽일 듯 치고 박았던 우악스러운 뼈들이
여기 서로 엇갈려서 얌전히 쉬고 있다.
탈골된 견갑골들! 무엇을 받치고 있었는지
아무도 묻지 않으며, 우아하게 움직이던 사지,
손, 발, 생명을 잃고 흩어져 있다.
- 괴테, 1826년 9월 말
골격은 '우아하게' 자신의 체중을 평생토록 지탱할 만큼 견고하면서도 물건을 들거나 움직일 수 있도록 가벼운 구조물이다.
무척추동물(Invertebrate)과 달리 척추동물(Vertebrate)인 인간에게 있어 골격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골격이 생기면서 음식물의 섭취 형태가 빨아먹는 방식에서 씹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이로 인해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또한 걷고 달릴 수 있게 되면서 활동 영역이 넓어졌는데, 이는 생명의 존재 방식이 평면에서 입체적으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땅 위에서, 물속에서, (도구의 힘을 빌려야 가능하지만) 하늘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골격은 매우 정교하게 설계된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조직이다. 이는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생물의 다양한 형체에 맞게 그 형태를 변화시켜왔기 때문이다. 당신이 자녀가 있다면 아이가 자라는 것을 생각해보라. 골격은 아이와 함께 성장하면서 아이의 생명 또한 보호한다. 골격과 달리 부드러운 조직으로 구성된 몸의 주요 기관들은 모두 골격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머리뼈는 뇌, 가슴뼈는 심장과 폐, 엉덩이뼈는 신장과 직장을 보호한다. 당신이 그리고 당신의 아이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충격 속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골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 몸이 남길 수 유일한 유물인 동시에 생명의 기억을 전하는 건 무엇일까? 바로 뼈다. 뼈는 인체 시스템이 생명을 다한 후에도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다. 생명체의 모든 것을 소화시킬 수 있는 대지도 뼈는 쉽게 소화할 수 없어 어떤 뼈는 무려 100만 년 넘게 남아 있기도 한다. 특히 - 절지동물이지만 - 삼엽충은 5억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뼈가 가진 기억들을 소환해낼 수 있다.
그래서일까? 1800년 경의 사람들은 골격이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었다. 골상학(phrenology)은 한 때 인기를 끌었던 학문이지만 지금은 사이비 학문으로 전락했다. 골상학의 창시자인 독일의 해부학자 프란츠 요제프 갈(Franz Joseph Gall)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이 머리이므로 머리뼈의 구조를 파악하면 인간의 성격이나 정신적 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인간의 두개골을 37 부분으로 나누어 37개의 심리적 능력, 예컨대 양심, 계산, 비밀, 호전성 등과 대응시켰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두개골에서 어떤 부위가 특히 융기했다면 이는 그 부분의 대뇌가 다른 부분에 비해 발달하여 특정한 능력이나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개골을 관찰하거나 측량하여 그 사람의 인격과 재능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관상술은 대중을 미혹에 빠뜨릴 위험이 크다. 이는 갈이 골상학을 창시한 후 순식간에 유럽 각지에 수백 개의 골상학회가 만들어지고, 관련 잡지가 우후죽순처럼 창간되었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 중에서
서양의 골상학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두개골 가운데 어떤 부위가 융기되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권세와 수명, 길흉 등이 달라진다고 보았다. 비록 학문적으로 골상학은 사라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얼굴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하나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얼굴의 형태는 결국 머리뼈에 의해 결정되는 것 아닌가. 관상학도 어쩌면 그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어 탄생한 학문이 아닐까 싶다.
만약 뼈가 없다면 물렁물렁한 조직으로 구성된 우리 몸은 서있지도 못하고 땅에 쓰러져 흐물거릴 것이다. 그 중요성을 인식해서일까? 옛날 사람들은 인물평을 할 때 반드시 골격 즉, 기골(氣骨) 혹은 풍채(風采)를 봤다. '기골이 장대하다'는 말은 사람의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기백과 골격이 좋다는 뜻으로 운동 능력을 좌우하는 요소 이기도하다. 씨름선수, 투포환 선수, 역도선수, 농구선수와 같은 운동선수들의 대부분은 기골이 장대하다.
이처럼 당신의 몸에 있어서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하는 뼈는 몇 개나 있을까? 골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몸통뼈대(Axial skeleton, 체간골격)'로 머리뼈, 갈비뼈(늑골), 척추와 가슴뼈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팔다리뼈대(Appendicular skeleton, 체지골격)'로 팔, 다리, 빗장뼈, 어깨뼈, 골반 등이다. 아기의 뼈는 약 350개이지만 성인은 206개인데, 골격이 자라면서 작은 뼈들은 융합되어 큰 뼈가 되기 때문이다. 성인의 206개 뼈 중 손과 발은 모두 합쳐 120개가 넘는 뼈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뼈는? 22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가운데 뇌를 보호하는 8개의 뼈를 '뇌머리뼈'라고 한다. 머리뼈는 눈과 귀까지 보호한다.
턱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해준다.
척추는? 26개의 뼈로 구성되는데 그중 경추 7개, 흉추 12개, 요추 5개 외에 천골과 꼬리뼈가 있다.
한쪽 팔과 손에는? 총 32개의 뼈가 있다.
한쪽 다리와 발에는? 총 31개의 뼈가 있다.
갈비뼈는? 인체에는 12쌍의 갈비뼈가 있는데 때로 1개 이상이 더 있는 사람도 있다. 각 갈비뼈는 대략 반원형이고 앞쪽에서는 가슴뼈와 뒤쪽에서는 가슴등뼈와 연결되어 있다. 이로써 갈비뼈는 심장, 폐, 위, 간, 신장과 같은 기관을 보호하는 견고한 구조물이 된다.
가장 큰 뼈는? 골격 무게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넓적다리뼈이다.
가장 작은 뼈는? 중이에 있는 등자뼈로 귀의 가운데에 있다. 길이가 겨우 3mm 정도다.
이렇게 많은 뼈도 혼자 움직일 수 없다. 뼈에 붙어 있는 근육은 뼈를 움직여 동작이 가능하게 하는데, 이를 위해 많은 뼈에는 근육이 잘 붙을 수 있도록 특별히 분화된 표면이 있다. 가령 어깨뼈는 팔과 어깨의 뼈가 근육과 함께 움직이는 기준점이 되는 크고 평평한 뼈이다. 근육은 힘줄이라는 결합조직을 통해 뼈와 연결된다. 근육에 관해서는 별도로 다뤄야 하므로 우선 관절로 넘어가 보자.
뼈끼리 만나는 곳에는 관절(articulation)이 형성되어 있다. 관절을 통해 구부리고 비틀고 도는 등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된다. 몸 전체에는 200개가 넘는 다양한 관절이 있다. 머리뼈 사이에 있는 관절처럼 어떤 것은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있다. 무릎 관절(넓적다리뼈와 정강이뼈가 만나는 지점)처럼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은 관절을 에워싸는 윤활막에서 윤활액이 분비되어 연골의 끝부분이 매끄러워진다. 인대(ligament)는 관절을 둘러싼 관절이 움직일 때 안정시켜준다.
경첩 관절: 무릎과 팔꿈치를 구부릴 수 있게 한다.
회전 관절(중쇠 관절): 회전 관절은 고리 모양의 구멍 안에 있는 뼈가 중심축에서 벗어났을 때 작용한다. 머리를 돌릴 수 있는 것은 회전 관절 덕분이다.
구상 관절(절구 관절): 가장 큰 동작을 가능하게 하는 관절로 어깨와 엉덩이는 구상 관절로 이루어져 있다.
타원 관절: 회전과 구부리는 동작을 가능하게 하는 관절로 팔목과 발목을 움직일 수 있게 한다.
골격의 뼈는 활발하게 살아 있는 체내의 공장으로 상당한 양의 칼슘, 칼륨, 인을 함유하고 있다. 이러한 무기질은 뼈를 튼튼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신경의 활동과 더불어 신체의 다른 활동에도 필요하다. 뼈가 부러질 경우 새로운 뼈세포가 생성되어 자연적으로 치료되며, 큰 압력을 받으면 칼슘을 추가로 생성하여 스스로 강해지려고 한다. 한마디로 뼈는 '경이로운' 구조물이다.
칼슘 하면 누구나 뼈를 연상한다. 몸속에는 700~900g의 칼슘이 있고, 그 칼슘의 98% 이상이 인산칼슘의 형태로 뼈에 들어 있다. 그에 반해 매우 적은 양이지만 혈액 속에도 칼슘이 있다. 농도로 보면 뼈의 약 1만 분의 1에 불과하지만 혈액 속 칼슘 농도는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100ml당 9~10mg에서 높아지지도 낮아지지도 않는다. 만약 혈액 속의 칼슘 농도가 이보다 높아지면 신장 결석이 생기거나 근육의 힘이 약해지고 만다.
칼슘 섭취량이 부족해서 혈액 속 칼슘 농도가 낮아지면 칼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뼈에서 칼슘이 흘러나와 보충한다. 반대로 혈액 속의 칼슘 농도가 높아지면 뼈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멎고 칼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처럼 뼈의 칼슘 분비를 조절하는 역할은 부갑상선 호르몬이 담당한다. 특히 혈액 속 칼슘이 많아지면 갑상선으로부터 칼시토닌(calcitonin: 혈액 속 칼슘양을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뼈에서 칼슘이 흘러나오는 것을 억제한다.
세포 속의 경우도 혈액과 비교하면 1만 분의 1에 불과하지만 칼슘이 들어 있다. 뼈, 혈액, 세포 속 칼슘의 양은 각각 1만 배의 차이를 갖는다. 따라서 세포 속 칼슘 농도는 뼈의 1억 분의 1이다. 뼈에 비하면 세포 속 칼슘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칼륨과 나트륨의 경우 세포 안팎의 농도 차는 수십 배에 불과하지만, 칼슘만은 커다란 농도차가 있다. 이는 세포 밖에서 극히 적은 양의 칼슘이 세포 안으로 흘러들기만 해도, 그것을 신호로 세포가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칼슘은 세포의 활동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원문: 생명의 기억을 전하는 뼈, 100년을 살아남다.
이미지: 'Pit of Bones' Yields Oldest Known Human DNA
참고: 푸샵 블로그
참고: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 샤오 춘레이 지음 | 유소영 옮김 | 푸른숲(2006)
참고: <인체 완전판: 몸의 모든 것을 담은 인체 대백과사전> 앨리스 로버츠 지음 | 박경한 & 권기호 &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2012)
참고: <임상운동학 : 뼈대계와 근육의 기능>, Joseph E. Muscolino 지음 | 김경 옮김 | 엘스비어코리아(2011)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