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의 중심 '배'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SNS에 자신의 배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다. 동물이라면 배를 보여준다는 것이 복종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요즘 사람들에겐 자랑거리가 되기도 한다. 물론 밋밋한 배가 아니라 식스팩(Six Pack) 혹은 왕(王) 자 정도는 새겨진 배다.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복근 만들기에 열중이다. 왜 이렇게 복근 만들기에 열중할까? 아마도 대부분은 외적으로 보이는 멋진 모습과 건강미 때문일 것이다.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던 탤런트 조은숙 씨도 완벽한 복근을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연예인에게 있어서 몸은 자산이기 때문에 관리를 더 신경 썼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배에 있는 근육들이 왜 중요한지 알고 운동을 하는 것일까? 배 근육(Abdominal Muscle) 즉, 복근 운동이 왜 중요한지 알아보자.
사람의 뱃속에는 신진대사를 하기 위한 장기들로 가득 차 있는데, 주로 위와 장으로 이루어진 소화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소화기관은 성장과 건강유지에 필요한 영양분이 많은 물질을 소화 흡수하는데, 총길이만도 약 10여 미터에 이른다. 이 중에서 대장(약 1.5m)과 소장(5~6m)의 길이가 긴 것은 음식물의 영양소를 잘 흡수하도록 표면적을 크게 하고, 음식물이 지나가면서 소화되는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서다.
뱃속 맨 위에 있는 간은 마치 화학공장처럼 수백 가지의 일을 한다. 뱃속의 맨 아래는 항문과 요도가 있다. 소화계는 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음식, 소화시키고 남은 음식 찌꺼기 등을 항문을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내고, 비뇨계는 혈액에서 거른 노폐물을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낸다. 이처럼 신진대사를 위한 주요 장기들이 뱃속에 들어 있다.
심장, 간, 폐와 같은 장기는 갈비뼈에 의해 보호된다. 그런데 배에는 내장을 보호해줄 뼈가 없다. 뼈를 대신해서 내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복근이다. 배에 있는 근육은 내장을 보호하기 위해 특이하게도 3겹의 근육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복벽(Abdominal wall)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내장을 보호하기 위해 배는 겹겹이 근육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마치 여러 겹의 갑옷을 두른 것처럼.
■ 복벽(Abdominal Wall)
▣ 배곧은근(복직근): 복부의 앞 중앙에 좌우 나란히 위아래로 있는 근육. 복강(복막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공간으로 인체에서 가장 큰 빈 공간)의 내장을 보호하며 갈빗대 사이 신경의 지배를 받아 척추를 앞으로 굽히거나 복압을 가할 때 작용한다.
▣ 배빗근(복사근): 바깥쪽 배빗근(외복사근)과 안쪽 배빗근(내복사근)으로 나뉜다. 바깥쪽 배빗근은 흉곽과 골반을 서로 접근시키고 복압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안쪽 배빗근은 복부 내장을 압박하고, 늑골을 밑으로 내리는 역할을 한다.
▣ 배가로근(복횡근): 배 양옆에서 세 번째 층을 이루며 가로놓여 있는 넓은 근육. 배 안의 압력이 높아져 숨을 내쉬게 된다.
▣ 복벽근막: 복벽의 근막은 구조적으로 세 개의 층이 존재하는데 표면층, 중간층, 심부층으로 나뉜다.
이처럼 복근은 세로줄의 배곧은근(복직근), 가로줄의 배가로근(복횡근), 비스듬하게 있는 배빗근(복사근)으로 이루어져 있고, 뱃속 내장을 견고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횡격막의 수축으로 인해 복압을 높이고 대소변의 배설, 임산부의 분만, 구토 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 복근의 생리학적 기능
1. 복부내장을 지지하고 보호한다.
2. 복부내압을 증가시킴으로써 폐의 호기, 구토, 배뇨, 배변, 분만을 돕는다.
3. 흉부내압을 증가시켜 폐의 호기를 돕는다.
■ 복근의 운동학적 기능
1. 체간을 움직이고 안정화시킨다(허리척추관절과 골반을 안정화시킨다).
2. 과중한 부하를 들어 올리는 동작과 같은 조건에서 요추와 엉치엉덩관절(천장관절)을 지지한다.
3. 엉덩관절(고관절), 무릎관절(슬관절) 근육들의 시작부위(기시부)를 안정화시킨다.
만약 복근의 힘이 약해지면 대소변의 배설력이 약해지고, 변비나 빈뇨 등에 걸리기 쉬우며, 무엇보다도 배꼽이나 서혜부(Inguinal Region, 아랫배와 넓적다리가 만나는 지점의 주변)로부터 탈장(Hernia)하는 경우도 생긴다. 탈장은 대부분 복벽에서 발생한다. 비록 복근이 3개 층의 근육으로 강인하고 탄력성이 있는 복벽을 이루고 있지만, 이들 근육 사이는 완전히 폐쇄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 부위에는 틈새가 있어서 그 부위의 벽이 약해지면 복압에 의해 장의 일부가 복막에 덮혀진 채로 탈출하게 되는 것이다.
복벽이 약해지는 원인으로 성장 과정 중 소멸되거나 축소되어야 하는 구조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비정상적인 공간이 생겨 발생하는 선천적 경우가 있다. 후천적으로는 임신, 복수, 만성 폐쇄성 폐질환, 전립선 비대, 비만 등 배 안(Abdominal Cavity, 복강)의 내압을 만성적으로 높이는 질환과 무거운 물체를 드는 것, 만성 변비로 인해 심하게 힘을 주어야 하는 경우, 만성 기침, 운동 부족으로 인한 복근의 약화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생긴다.
한방에서는 복부를 배(腹)라고 부르고 '몸의 중심'으로 여긴다. 그래서 배의 상태를 파악해 여러 가지 증상을 유추해낼 수 있다. 손바닥으로 복근을 눌러 아무러 저항 없이 배꼽이 납작해지는 사람을 체력이 약한 허약 체질이라고 진단한다. 똑같은 방법의 촉진으로 배꼽보다 위쪽의 복근의 힘은 충분히 강하지만 배꼽보다 아래쪽 배를 눌러 배꼽이 납작해지는 상태를 제하불인이라고 한다.
제하불인(臍下不仁)이란 아랫배의 힘이 빠져 연약하고 무력하며 저려서 지각이 둔한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몸이 허약한 상태가 되면 수족냉증, 허리 냉증, 부종, 통증, 신체 마비, 배뇨의 이상, 정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한방에서는 손바닥으로 배를 만졌을 때 '차갑다'라고 느낀다면, 설령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고 더위를 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냉증이라고 판단한다. 몸의 중심이 차갑기 때문에 몸 전체가 차가운 것이다. 세계적인 면역학자 아보 도오루는 "체온이 1℃ 떨어지면 면역력은 30% 이상 떨어지며 온갖 병에 걸리기 쉽다." 고 했다.
몸의 중심인 배가 차가우면 각종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몸의 중심인 배를 따뜻하게 하면 전신이 따뜻해지면서 면역력도 증가한다. 특히 뱃속의 장기 중 하나인 위장에는 면역세포가 많이 존재하므로 몸 전체의 면역력도 증가한다.
위장의 면역 세포 네트워크가 새롭게 밝혀졌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Hans-Christian Reinecker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은 위장관 시스템에서 가지 세포(dendritic cell)의 네트워크가 박테리아와 같은 항원을 인식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을 연구하여 1월 14일 자 Science에 “CX3CR1-Mediated Dendritic Cell Access to the Intestinal Lumen and Bacterial Clearance”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 <생명과학> 중에서 2005. 1.18
부족하면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세로토닌(Serotonin)이나 하루의 리듬을 조절하고 특히 수면과 관련이 있다는 멜라토닌(Melatonin) 등, 뇌의 호르몬 물질이 위장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를 '장뇌 호르몬(Brain-Gut Hormone: 여러 가지 호르몬 가운데 특히 뇌와 장에 있는 공통으로 있는 호르몬)'이라 부르기도 한다. 장과 뇌는 매우 연관이 깊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세로토닌은 90%가 위장에, 10%가 뇌에 존재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나 걱정거리가 있거나 초조한 기분이 들면 설사를 하거나 변비에 걸리고 위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세로토닌이 부족하게 되면 복통, 복부 팽만감을 동반하면서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일어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앓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장이 앓는 우울증'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것이다. 반대로 위장 상태가 좋지 않으면 기분도 안 좋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소장 내에는 파이어판(Peyer's Patch: 포유류 고유의 면역기관의 하나로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와 세균 등, 유해물질을 인식하여 임파구 및 항체를 만들어내는 관문으로 작동함)이라는 임파구가 조직화되어 모인 곳을 시작으로 몸 전체 임파 조직의 대략 70%가 존재하여 체내 면역력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장을 '건강과 젊음의 척도'라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소화흡수뿐만이 아니라 인체의 면역력을 위해 중요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장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 복근. 만약 복근이 약하고 지방도 많아 배가 차가워지면, 장도 차가워지고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면역력도 떨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복근이 강하고 배가 따뜻하면 장도 따뜻해져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면역력도 증가되어 건강에 유익하다. 물론 정신건강에도 이롭다. 따라서 평상시
걷기 운동, 앉았다 일어서는 스쿼트(Squat) 운동, 복근 운동 등으로 배를 따뜻하게 하거나 복근을 단련시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에 있어 무척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복근만 운동하게 되면 자칫 요통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허리를 강화시키는 운동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꼭 선명한 식스팩을 위해 무리한 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배의 건강과 몸 전체의 건강을 위해 틈틈이 운동으로 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식스팩(6Pack)이나 왕(王) 자는 배곧은근의 모양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는 배널힘줄(Abdominal Aponeurosis, 복건막, 건획) 때문이다. 이 힘줄은 배곧은근을 가로로 나누는데, 배곧은근 하나를 4개의 박스모양으로 나누는 힘줄성 명각(Tendinous Inscription)으로 불린다. 그래서 배곧은근은 총 8구획으로 나뉜다. 근육이 아주 잘 발달된 사람은 배곧은근의 에잇팩(8Pack)이 다 보인다. 그러나 8구획 중 6구획이 잘 보이기 때문에 식스팩(6Pack)으로 불리는 것뿐 실제는 에잇팩이 맞다.
배곧은근은 왜 하나의 긴 근육 형태로 되어 있지 않고 이처럼 여러 마디로 나누어져 있을까? 단일하게 구성된 긴 근육은 길이 변화에 따라 더 큰 범위의 근장력(Myotasis, 근육이 당기는 힘이나 탄력성)을 갖게 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축되면 근육이 더 많이 두꺼워지고, 내장을 압박하게 된다. 또는 굴곡에 대해서 저항할 것이고, 단단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몸을 굽히는 동작은 상당히 불편해질 것이고, 덩달아 압박받은 내장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여러 마디로 나누어진 배곧은근은 근육이 짦아짐으로써 부피가 두꺼워지는 것을 제한한다. 뿐만 아니라 내부 장기들의 용적(Volume)이 변화할 때 복부의 신장이나 수축, 체간 굴곡과 신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각 건들이 서로 구부러지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를 구슬 효과(Bead Effect)라고 한다. 한마디로 식스팩의 신비라 하겠다.
참고 1: <근골격계의 기능해부 및 운동학> 도날드 A. 뉴만 지음, 김경 외 71명, 정담미디어(2004)
참고 2: <기능해부학> 조셉 E. 무스콜리노 지음, 권오윤 외 35명 옮김, 엘스비어코리아(2012)
참고 3: <Fascia: 근막의 이해와 새로운 접근> 로버트 슐라입 외 3명 지음, 계장근 옮김, 엘스비어코리아(2014)
참고 4: <체온 1도 올리면 면역력이 5배 높아진다> 이시하라 유미 지음, 황미숙 옮김, 예인(플루토북)(2010)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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