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선물을 환불한다는 건

by 오늘도 배웁니다

그. 오래전 일이다. 그 당시 특별한 누군가에게 내 나름의 마음이 담긴 선물을 했다. 그 선물을 하면서도 내가 지금 이런 선물을 해도 되는가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일단 선물을 했다. 적어도 그 당시에는 내 마음을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선물의 당사자가 내 마음의 선물을 현금으로 환불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난 후이다. 더 이상 미련도, 어떤 감정도 남아있지 않은,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기억을 더듬을 정도의 순간에 확인을 한 것이긴 했지만, 적어도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에는 잠시나마 ‘화’가 치밀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어떻게 선물을 환불할 수가 있단 말인가?’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것인가? 내 선물은 단돈 몇만 원에 치환할 정도밖에 안됐다는 말인가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런데 또 잠깐 시간이 지나니 결국 이런 감정도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니다. 어차피 지금 내겐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고 무관심이 약이듯, 이미 그 사람의 존재는 내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본다.


참 특별하다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삶의 어떤 순간에 모두들 그런 ‘특별하다고’ 느꼈던 사람이 한 명쯤은 존재했듯이.


나도 그랬었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사람이 내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준 것이 내 삶에 가장 중요한 미션 중의 하나였다. 나머지는 그저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치는 바람과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런 것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그런 것이더라.


그저 세월을 살아가며 한 번쯤은 느꼈을 법한 매혹적인 ‘바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내 마음은.


생각보다 그리 허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갑자기 총을 맞은 병사의 심정으로 그리 억울할 것도 없는 ‘덤덤함’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 모든 일련의 사건 혹은 기억은 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지우고 싶은 그런 것이다. 따지고 보면 어떠한 추억도 없다. 그 당시에는 즐거웠다고 느꼈을지언정 지금 내게 그 기억은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다. 그저 매일 버스를 타고 교통카드를 찍는 그 정도 느낌 이상으로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한편으론 참 슬픈 것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다 줬다 하더라도,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면 그저 오늘 출근길에 버스 리더기에 내 카드를 인식했다는 기억만큼의 비중도 없는 그런 별 볼일 없는 기억이라니.


결국 소유가 아닌 그냥 세월을 ‘살아내는 게’ 답일 지도 모르겠다.


이 글의 마무리는 그런 씁쓸한 답을 담고 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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