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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Mar 16. 2018

부정적인 감정은 어디에서 태어나는가

하루에도 우리는 수많은 감정을 느끼며 산다. 출근길에 맑은 하늘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가도 길을 걷다 똥을 밟으면 기분이 확 상하고, 출근 후 내 책상 앞에 누군가 둔 초콜릿을 보면 다시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을 느낀다.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이 내 두뇌를 관통해가고 마음은 의기소침해졌다가 또 기운이 났다가를 반복한다. 사실 긍정적이고 좋은 일만 가득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인간은 변덕스러워서 꼭 영속적인 좋은 기분이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매일이 천국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지루한 삶도 없을 것 같다. 매일 로또에 당첨되고 매일 원하는 이성과 즐거운 밤을 보내고, 매일 끝내주는 식사를 하고, 매일 원하는 곳에 어디든 가서 끝내주는 뷰를 감상하더라도 그건 그 나름대로의 지옥일 것 같다. 인간은 참 변덕의 동물이다. 


모든 것이 평화로운 상황에서 일부러 갈등을 조장해내는 것도 사람이다. 인간은 그냥 잠자코 있기에는 너무나 심심해하는 동물이다. 늘 부산하게 무언가를 하고, 어딘가에 정신을 빼앗기고 싶어 한다. 지금 당장 지하철을 타보자. 자는 사람을 제외하고 그냥 ‘멍’ 하니 있는 사람(피곤해서 멍한 사람 빼고)을 한 명이라도 발견할 수 있는가? 다들 무언가 하느라고 바쁘다. 통화를 하거나 옆에 있는 친구 혹은 애인과 이야기하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는 등, 두뇌를 어떤 식으로든 소비하려고 몸부림을 친다. 심심함은 곧 죄악이라고 스스로에게 깊은 암시가 걸린 것 마냥 행동한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도무지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딜 수가 없다. 늘 무언가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 하다 못해 무엇을 보든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든지 무언가를 해야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낸 것만 같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잠이라도 푹 자야 한다. 그러면 그 잠이 끝나고 난 후 또 뭔가 부산하게 할 수 있으니까. 


다시 주제로 돌아오면 인간은 1. 자기 보호를 위해 부정적인 감정을 키워낸다. 마냥 긍정적인 인생 프로젝션을 했다가 좌절했을 때 밀려올 자기 부담을 견뎌낼 수 없어 미리 보호막을 쳐둔다. 2. 항상 긍정적인 상황만 반복되었다면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이 인간은 변덕스러운 동물이다. 혹은 일부러 타인을 싫어하기 위해 부정적인 감정을 키우기도 한다. 적을 만드는 것은 나의 뇌를 부지런히 만들기 위한 아주 훌륭한 방법이다. 우리는 내집단을 강화하고 외집단을 배척해서 나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함만이 아니라 그저 재미로 상대방을 씹고 비난하곤 한다. 겉으로는 뒷담화를 경시해도 불난 집 구경하듯 남이 뒷담화하는 것은 옆에서 즐겁게 듣고 있는 속물적인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여차 저차 해서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아주 일부분에 대해서 다루어 보았는데, 사실 누구나 알 듯이 암이 있어야 명이 더 빛나는 법. 슬프다가 기쁜 일이 있으면 그 즐거움이 두배 아니 10배 이상 느껴질 때가 있다. 엉뚱한 결론을 내리자면 우리는 그 기쁨을 느끼기 위해 고통을 아니 부정적인 감정을 견뎌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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