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배웁니다 Dec 18. 2018

파워포인트로 쓰는 기획서 정답일까요?

때는 2016년 초, 서비스 기획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년 정도 경과했을 무렵입니다. 이미 구축 기획도 경험을 했고, 이런저런 다양한 기획서를 만든 경험이 생긴 무렵, 파워포인트로 만드는 스토리보드(와이어프레임)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파워포인트라는 놈이 서비스 기획을 위한 툴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파워포인트는 웹 기획서(애플리케이션 기획서)를 만들기에 아래와 같은 단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1.   논리의 오류 발생

생각이 잘 정돈되어 있고, IA와 순서도를 잘 그렸으며, 명확한 관계 설정이 이루어진 채로 기획에 들어갔음에도 파워포인트 기획서가 50장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인터렉션이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이런 액션이 발생하면 이것이 출력되고, 이런 정보들을 입력했을 때 어떤 창으로 연결되고 등… 수없이 엮이고 설킨 데이터의 교환 프로세스에서 정적인 문서들의 집합은 기획자를 헷갈리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그 결과 리뷰까지 무사통과하더라도 개발 단계에서 반드시 기획에 구멍이 생기는 부분들이 존재했습니다. 참… 난감했죠.


2.   사이즈 문제

웹, 앱 할 것 없이 가로사이즈는 물론이고 세로 사이즈는 파워포인트 창 길이보다 긴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파워포인트 문서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생략하거나 폰트를 조절하여 끼워 맞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니면 하나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페이지를 여러 장 쓰는 경우도 많았구요. 이런 부분에서 가장 한계를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내가 표현하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웹페이지 하나인데 파워 포인트로는 3장, 4장을 그려가며 불명확한 와이어프레임을 그리곤 했으니까요. 그리고 웹, 앱 할 것 없이 픽셀 단위로 움직이는 환경에서 센티미터 단위의 기획을 하는 것도 고역이었습니다. 디자인 산출물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한 화면 내에 지나치게 문자를 많이 담는다든지 하는 문제가 꼭 발생했습니다.


3.   커뮤니케이션 문제

파워포인트 와이어프레임은 장표가 많으면 많을수록 한 번에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리뷰 등을 할 때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이것을 클릭하면 이게 출력되고 이러한 플로우를 가져가게 됩니다라고 설명을 해도 리뷰 참여자들의 전체적인 이해도가 떨어지고, 심지어 사람들이 각자 이해하는 방향도 다를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럴 경우 나중에 산출물이 나왔을 때 본인들의 생각과 구현물이 달라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죠. 리뷰뿐만이 아니고 리뷰 후 개발에 들어갔을 때도 개발자가 와이어프레임을 다르게 이해해 기획자가 의도한 대로 개발되지 않아 문제가 되었던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물론 파워포인트를 사용할 때 이런 문제점을 느꼈지만 파워포인트도 그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1.   익숙함

파워포인트 스토리보드(와이어프레임)는 서비스 개발에 참여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정도로 익숙한 문서 형태입니다. 기획서 초반에 정책이 명시되어 있고, 와이어프레임 영역에서 좌측에는 화면 우측에는 디스크립션이 달려있는 형태를 누구나 봐 왔고, 익숙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늘 보던 것을 보는데서 오는 안정감이 가져다주는 장점이 있죠. 사람들은 늘 해오던 것, 보던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


2.   산출물 관리가 용이

개발자분들 중에는 기획서를 출력해서 활용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출력에 최적화된 문서 형태가 파워포인트입니다. 파워포인트를 출력해서 자세히 읽어보면서 개발하시는 분들에게 갑자기 다른 식으로 개발을 해달라고 요청하면 아마 곤란할 수도 있겠죠. 또한 기본적으로 기획서는 회사의 자산이기 때문에 누구나 저장/열람/수정이 용이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도 pptx라는 문서 형태가 가져다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토타이핑 문서의 경우에는 열 수 있는 상황이 매우 제한적이겠죠.


파워포인트로 기획을 하는데 이러한 장/단점이 존재했고, 저는 파워포인트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업무형태를 생각해냈습니다. 이 방법은 현재도 활용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하고 있는 업무 방법입니다.


1.   초안 리뷰 때까지는 프로토타이핑 툴 사용하기

저는 axure (https://www.axure.com/)라는 프로토타이핑 툴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툴은 수많은 프로토타이핑 툴 중에서도 현재 파워포인트 형태와 가장 유사한 형태의 문서 제작에 용이한 툴이기도 합니다. 초기 기획을 시작할 때는 각종 정책, 와이어프레임을 이 axure를 활용해서 작업합니다. 픽셀 단위로 현재 실물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작업물을 인터렉션까지 적당히 붙여서 만들어내고 이를 리뷰에 그대로 활용합니다. 리뷰 시 axure를 활용해 기획의 목적, 정책, 플로우 등을 간단하게 설명 후 와이어프레임 인터렉션 등을 보여주면 회의 참여자들이 파워포인트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빠르게 기획에 대해 이해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충분한 이해에서 나온 유의미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기획을 보완합니다.


2.   리뷰 후에는 파워포인트 사용하기

이미 리뷰 때 개발자/디자이너/실무 관계자가 모두 서비스 플로우를 확인했기 때문에 이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습니다. 이제 산출물 관리에도 용이하고 프린터 출력도 용이한 파워포인트로 문서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화면은 이미 axure에서 작업해둔 것을 캡처해서 그대로 파워포인트 문서로 옮긴 후 디스크립션을 작성합니다. 그렇게 최종 기획서를 완성한 후 업무 공유 툴(트렐로, JIRA, redmine 등)에 최종 산출물을 업로드합니다.




이 방법은 조직에 따라 적합할 수도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결론을 내어 보는 것이겠지요. 일하는 방법에 왕도는 없습니다. 좋은 결과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내놓기 위해 어떤 접근방식을 취할지는 조직 멤버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현재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기획에 다소 문제를 느끼고 계시다면 제가 활용하고 있는 방법을 한번 고민해보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 06화 기획자와 기획 리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