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배웁니다 Jan 01. 2019

기획자와 데이터 분석

때는 2015년 여름, 주니어 기획자였던 저는 사수도 없이 막막한 가운데 기획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하는 기획이 맞는 건지 누가 검증해줄 수도 없고, 이러다가 다른 회사를 가게 되면 내가 과연 기획자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경력직 서비스 기획자가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그는 오자마자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O2O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에서 기획을 하던 저는 늘 현장 고객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자꾸 GA 등을 언급하며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한 기획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그를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난 후, 저는 그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기획일을 반복하면서 데이터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점차 깨닫고 있으니까요. 


그럼 지금부터 왜 데이터 분석이 중요한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설득의 도구

기획자 2명이 공통의 주제를 갖고 협업하여 기획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봅시다. A가 자신의 의견을 말합니다 “저는 이러저러했으면 좋겠어요. 이유는 대략 이러이러합니다.” 여기서 기획자 B가 끼어듭니다. “아뇨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것은 A 씨만의 생각이 아닐까요? 제 생각은…” 뭐, 대략 이런 식입니다. 서로의 ‘생각과 감정’만으로는 설득력 있는 결론에 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2명이서도 어려운데, 여러 부서가 협업해야 하는 프로젝트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죠. 각자가 서로의 생각만 갖고 입씨름을 벌이다가 소득 없이 장시간 회의가 이어지는 경우도 저는 많이 봤습니다. 의미 없고 생산적이지 못한 시간이었죠. 하지만 데이터가 있는(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기획을 하여 이야기하면 나름의 가설과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수치로 정량화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사람들도 어느정도 납득을 하며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2.   기획을 검증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획을 해서 비로소 개발이 완료되고 배포가 되었다고 가정해봅니다. 많은 서비스가 이렇게 배포만 되고 나 몰라라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실제로 사용자들에게 어떤 편익을 가져다주었는지, 경로 적체가 어떻게 해소되었는지, 매출에 얼만큼 기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후 관리가 미흡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식의 업무 형태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우리 가설이 맞았는지 어느 정도 수치까지 도달했는지를 분석하고, 그 분석에 따라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측정하는 행위를 반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유용한 지표 분석은 과정 전체를 매우 유려하고 매끄럽게 바꾸어줍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데이터 분석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1.   엑셀

엑셀은 매우 훌륭한 데이터 분석 도구입니다. 이커머스를 예로 들면 회원, 주문 기초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당한 가공(필터, 피벗테이블, 함수)을 통해 원하는 데이터를 손쉽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명의 회원이 1회 구매당 평균 몇 개의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지 등의 데이터를 엑셀 피벗을 통해 손쉽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엑셀을 통해서 알아낼 수 없는 좀 더 복잡한 형태의 정보도 있을 수 있겠죠. 예를 들면 당월 최고 인기 상품 20종 중 최소 1개 이상의 구매 경험이 있는 구매자 숫자와 같은 정보는 좀처럼 엑셀로 얻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정보는 DBA에게 정중히 요청하면 빠르게 받아서 기획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2.   웹로그 분석 툴

GA와 같은 웹로그 분석 툴을 활용하면 웹사이트 내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떻게 유입되었는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정보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GA는 구글 태그 매니저와 결합하면 매우 강력한 데이터 분석 툴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개발자의 손을 거치지 않아도 직접 클릭, 페이지 스크롤 등의 이벤트를 측정할 수 있게 되죠. 저 또한 구글 태그 매니저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사이트 분석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웹사이트 내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지표만 꼽으라면 저는 페이지뷰(PV), 페이지스크롤, 클릭을 꼽습니다.


-     페이지뷰: 이 페이지를 사람들이 얼마나 열어봤나

-     페이지스크롤: 이 페이지를 사람들이 어디까지 열어봤나

-     클릭: 우리가 의도한 액션을 사람들이 많이 했나


GA는 이러한 이벤트를 추적하기에 최적화된 툴입니다. 실제로 다른 지표가 아닌 이 세 가지 지표만 제대로 활용해도 꽤 유용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가 어디서 유입되는지 (UTM 분석), 유입된 사용자들이 얼마나 전환되는지 (목표 설정), 전환 경로에서 얼마나 이탈하는지 (유입경로 시각화)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GA자체는 마스터하기 무척 어려운 툴이지만 몇몇 기능만 제대로 활용해도 꽤 의미 있는 기획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3.   UX 분석 툴

뷰저블 등의 UX 분석 툴을 활용하면 한 화면 내에서 사용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의도에 맞게 사용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죠. 예를 들면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모바일 내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상품 번호에 박스 처리를 해 두었는데 이용자들이 그 영역이 클릭 가능한 버튼인 줄 알고 착각하여 계속 클릭을 하고 있는 것을 뷰저블을 통해 확인했고, 이후 기획 때 사용자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 UI를 변경하는 기획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예시를 말씀드리면 첫 메인 페이지에서 사람들이 그다음 행동으로 무엇을 하는지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검색으로 들어가는지, 마이페이지로 넘어가는지, 검색창을 선택하는지 등의 정보를 추가 코드 삽입 없이 간단하게 알아낼 수 있죠. 여러모로 기획자의 손을 덜어주는 유용한 툴입니다.


최근에는 유저해빗이라는 UX 분석 툴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보다 구체적으로 사용자 UX 흐름을 분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추후 사용하게 되면 별도 포스팅을 통해 후기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데이터 분석은 무척 중요합니다. 기획의 시작(설득)부터 기획의 끝(사후 검증)까지 전반적인 기획 프로세스 내에서 꼭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데이터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 수치 증감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정보도 많이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이유를 알고 싶다면 사용자 인터뷰, 설문 등이 필요하기도 하죠.


그리고 데이터 분석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것을 분석하려다 정작 제대로 기획을 할 시간을 놓친다면 회사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마이너스가 되겠죠. 이 기획을 수행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의 범위가 어느 정도 일지를 본인이 가늠하고 적정 수준의 데이터 분석을 마쳤다고 하면 바로 기획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와 더불어 기획자 스스로의 마음이 움직이는 기획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차가운 숫자에 갇혀 내면의 소리를 무시한다면 진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획은 하기 힘들 것입니다.





이제 슬슬 막바지네요.

다음 주에는 QA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전 08화 서비스 제휴 기획, 타사와 우리 서비스를 묶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