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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Jan 27. 2020

술이 부르는 환각

술은 정신을 마비시킨다. 혹은 올바른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게 만든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가치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술을 마시기 시작한 이래로 3~4차 즈음에 이르러 꼭 작거나 큰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다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계속해서 술을 마실까? 아마도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영혼이 쉴 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술을 마심으로써 겉의 나의 모습과 속에 유리된 작고 가냘픈 자신의 영혼을 격리시킨다. 


혹은 외로운 exterior를 짐짓 모르는 체하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취기가 오르는 동안에는 의식이 의도적으로 고양되어 주변의 사물이 아름답게 뒤틀려 보인다. 이런 환각이 현실의 아픔을 잠시나마 씻어낼 수 있게 도와준다. 마시면 마실수록 그 비틀림이 커져서 결국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이 더 큰 문제겠지만.


그래서 나 또한 살면서 늘 술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다른 술. 어느 날의 기분에는 위스키가 어울리고, 또 어느 날에는 막걸리, 또 다른 날에는 소주 한잔이 어울리겠지. 대화는 덤이요, 술의 알코올이 전해다주는 그 환각 혹은 정신의 마비 증상에 내 몸을 맡긴다. ‘그래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삶의 고난을 이겨내고 싶다. 혹은 모르는 체하며 그저 흘려버리고 싶다. 삶은 곧 죽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형용모순이다. 태생적인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에 늘, 생각의 한 부분은 고민과 연결되어 있다. 어떤 금전적인 성공이 영속적인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엔트로피 법칙을 역행하며 태어났지만, 어느 순간 부터는 결국 무질서도가 증가하다가 스러져 버릴 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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