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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Jan 29. 2020

주인공이 아닌 날

왜 그런 날 있지 않은가. 오늘따라 헤어스타일도 마음에 안 들고, 또 바람은 왜 이리 부는지. 아무리 화장을 해도 칙칙한 피부를 가릴 길이 없는 날. 머피의 법칙처럼 꼭 이런 날은 또 중요한 모임날이다. 한껏 치장해도 모자랄 판국에 one of worst day라니. 


근데 옆의 친구는 속편하게도 평소랑 똑같다고 그런다. ‘너는 그렇게 보여도 나는 그렇지 않다고 이 사람아…’ 속으로 외쳐본다.


모임에 도착. 오늘은 뭔가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내 얘기 좀 꺼내볼까 했더니, 이상하게 오늘은 계속 화제의 중심이 내 친구다. 나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그저 남들의 이야기만 듣고, 적당히 맞장구치다가 집에 온다.


그리고 집에 와서 꿀꿀한 기분에 인스타그램을 펼쳐봤는데, 인생의 하이라이트마냥 누구는 발리에 갔네, 누구는 근육 자랑에 몸매 자랑에 현자 타임만 더욱더 심하게 오는 날.


이런 하루를 보내는 것, 정상입니까? 정상입니다.


한편으로는 의외의 선물 같은 날도 있다. 갑자기 친구랑 한잔 했는데, 미처 못 들었던 속 얘기를 들어서 우애가 더 돈독해졌다든지,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있는데 뜻밖의 고백을 받았다든지 하는 날도 있지 않은가.


누군가 얘기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보이지 않는 상자 속에 흰돌과 검은 돌을 똑같이 절반씩 넣어둔 뒤에 결과를 모른 채 하나씩 꺼내어 보는 것이라고. 때론 기쁜 날도, 때론 바닥까지 치는 날도 있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요즈음에는 뭔가 잘 안 풀릴 때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살다 보면 또 웃는 날도 오고, 그리고 이어서 울고 싶은 날도 오는 것을 이미 여러 번 반복해서 경험했다.


그냥, 세상은 그런 것이다. 특별히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반복되는 것이 사람 사는 것인가 보다. 슬픈 날에는 좋은 날을 기대하고, 좋은 날에는 마음껏 기뻐하되 한편으로는 차분하게 대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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