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스를 좋아한다. 밖으로 이동할 일이 있을 때, 버스 혹은 지하철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시간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이상은 늘 버스를 선택한다.
풍경을 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적적하면서도 약간의 가로등 불빛이 보이는 밤 풍경이 좋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삶에 대한 생각, 나에 대한 생각, 그리고 좋아하는 누군가에 대한 생각.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좋은 생각으로 귀결되기도 하고, 자기 합리화의 위선으로 결말지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생각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생각을 함으로써 내 안을 좀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나 자신과 화해를 하게 된다. ‘너 그래 괜찮았어, 그리 나쁜 놈은 아니야’하고 말이다.
좋은 생각, 좋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면 결국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생각과 행동을 만드는 인간은 나약하여, 너무나도 쉽게 부정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실하고 청렴한 가치관을 가진 내게 천억짜리 ‘나쁜’ 제안이 들어온다면 내가 쉽게 거부할 수 있을까.
그냥… 그런 생각들을 버스를 타면서 한다. 풍경이 내가 되고 곧 내가 풍경이 된다. 나를 객관화해서 본다. 3인칭으로 내 행동을 분석해보기도 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의 기억이 모두에게 다르게 왜곡되는 것은 결국 삶의 프리즘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쉽사리 오해하지 말아야겠다. 나도 모르게 필터링하고 있는 것은 무언지 계속 반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