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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Aug 07. 2017

내가 잘생겨지고, 돈이 많으면 내 문제가 전부 해결될까

홈플러스에서 장을 보다 한 여성을 보았다. 누가 봐도 예쁜 얼굴, 끝내주는 몸매, 센스 있는 옷차림, 딱 하나만 빼고. 황금률적 관점에서, 요즘 세상의 시선으로 보면 더 이상 좋아지기가 어려워 보였지만, 그로 인해 그 얼굴에서 비추어지는 자연스러운 멋은 저 너머에 자취를 감추고 보이지 않았다. 인공미가 그 사람을 압도하고 있어, 한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인공 조형물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외부로부터 현실의 불행의 원인을 찾는다. 내가 오늘 헤어스타일이 별로여서, 우리 엄마는 고집불통에다 제멋대로라서, 내 피부는 여드름 투성이어서, 나는 키가 작아서, 나는 너무 뚱뚱해서, 나는 학벌이 안 좋아서, 내가 이루지 못한 꿈(꿈이 꼭 큰 것은 아니라도)의 원인을 그 한두 가지 본인의 외부적 요인에 환원시킨다. 


그리고 내가 살을 빼고, 피부가 좋아지고, 멋진 헤어스타일을 갖게 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 생각한다. 만약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피부가 좋아지고, 멋진 헤어 스타일을 갖게 된다면 당분간은 자신에 넘친다. 세상이 내 것이 된 것만 같고 이제 내 꿈을 향해 달리기만 하면 될 것 같다. 그러다가 또 문제에 부딪힌다. 세상 일이 내 맘대로 되질 않는다. 좋아하는 이성은 나를 외면하고, 회사에서는 일이 안 풀리고, 집주인은 월세 가격을 올리려고 한다. 그러면 또다시 외부의 무언가를 찾아 원인을 환원하기 시작한다.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박열에서 보듯, 나라에 위기가 생기면, 아무 관계없는 누군가에게 위기의 덫을 덮어씌워 대중의 처절한 현실을 왜곡시켜버린다. 마녀 사냥을 통해, 대중들이 아이러니하게 정신적 치유를 받는다. 소수를 기꺼이 희생시켜 사회를 진정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일어난다.


그냥 안될 수도 있는 건데, 그냥 그 사람이랑 나랑 인연이 아닌 것일 수도 있는 건데,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건데.


그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 건데.

그 직장을 빨리 나왔기 때문에 더 좋은 직장을 들어갈 수도 있는 건데.


꼭 원인이 있어야만 하는 걸까. 때론 ‘그냥’ 그렇기도 하다.

Standard가 아닌 개성이 춤추는 시대를 원한다. ‘다름’ 속의 조화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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