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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Aug 11. 2017

 나 답게 살기

우리는 살면서 종종 힘들고 지칠 때 동굴로 숨어 들어가 쉬고 싶어지기도 한다. 아무도 모르는 외딴섬에 스마트폰만 들고 들어가 몇 날 며칠이고 세상과의 모든 접촉을 끊은 채 드라마나 정주행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관계가 힘들고 지칠 때, 세상 사람들이 내 진심을 몰라주는 것 같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일 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것은 참는 것 혹은 도피이다. 감정을 억누를 수는 없으니 분출할 곳을 찾아 저 멀리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이다. 나 또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때가 종종 있다. 잘 나가는 프로젝트가 막힐 때, 회사일과 인간관계로부터 해방되고 싶을 때, 그냥 나라는 존재를 대중 앞에서 지워버리고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싶기도 하다. 저기 스위스는 지금 눈이 오고 있던데, 여름 앞에서 갑자기 겨울을 맞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하는 그리 생산적이지는 않은 공상에 빠지기도 하고(현실도피),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이리저리 질러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세상살이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아주 돈이 많은 부자에게도 아주 가난한 사람에게도 그들만의 숙제는 늘 항상 자기 자신의 곁에 머물러있는 법이고, 그러한 숙제들은 욕망을 버리지 않는 한 평생 꼬리표가 되어 따라다니게 된다. 사실상 숙제가 없다면 그것은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혹은 도를 닦은 깨달은 자의 반열에 올랐든지.


나는 지금 다소 지쳐있는 상태이다. 회사일도 너무나 많고, 또 인간관계에서도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 다행인 건 지금 내게 4일간의 아주 짧지만 생존과도 같은 휴식이 주어졌다는 것이고, 저 멀리 수평선을 느낄 수 있는 바다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바다를 보고 물결을 느끼고 태양 아래 따뜻해진 백사장의 모래에 발을 묻으며 잠시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 참 다행이다.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짧든 길든.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서 글을 쓰고 글을 읽고 예능을 보고 미드를 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하루 종일 빈둥거리고 있으면 몸이 제대로 충전되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그렇게 큰 목표의식 혹은 목적의식을 갖고 삶을 살지는 않는다. 내 나름대로 프로의식을 갖고 내 분야에서 제대로 성취를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내 삶을 희생할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것도 아니고, 늘 하던 만큼만,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노력하고 있다.


큰 성취, 많은 돈, 아름답고 지혜로운 여자, 뭐 있으면 사실 좋을 것 같긴 하다. 근데 전제가 되는 것은 ‘나다움’을 유지할 수 있어야 된다는 점이다. 나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면서까지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의 가치를 누리고 싶지는 않다. ‘나다움’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냥 ‘나스러운 것’을 나는 끝까지 잘 유지하며 살 생각이다. 남의 눈치를 잘 보지 않고, 오늘 하루가 소중한 나. 스스로 멋스러움을 알고, 또 스스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존감이 높고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즐겨하며, 또 혼자 있으면서 생각하고 빈둥거리는 것도 좋아하는 나.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늘 그렇게 한 문단 안에서 정해진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나. 그런 나를 나는 몹시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나와 평생을 함께 살아갈 것이다.


햄버거를 먹고 붉은 조명 아래 글을 쓰며 또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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