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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Aug 15. 2017

휴가 후 느껴지는 공허감

짧은 휴가였다. 경기도 성남에서 충남 태안까지 약 3시간여의 이동 끝에 얻게 된 바다 풍경, 소금 향기. 모든 것이 좋았다. 밤의 술자리에서 마신 소주와 안주거리로 챙긴 각종 횟감들, 비가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머리가 따가울 정도로 내리지는 않았던 잔잔한 비. 밤 산책과 더불어 얻게 된 각종 폭죽 소리, 젊음의 거리까지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숨 쉬고, 또 적당한 활력을 느낄 수 있었던 산책 풍경까지 짧은 휴가를 의미 있게 보내기에는 가장 적절한 조건들이 여럿 모여 내게 즐거움을 주었다.


그리고 또다시 3시간의 거리를 이동해 지금 성남으로 되돌아왔다. 다시 밤이 찾아왔고, 이제 에어컨 바람의 기분 좋은 한기를 느낀 채 글을 쓰고 있다.


밝고 건강한 풍경 끝에 남는 것은 다시 ‘혼자 있음’이다. 그 혼자 있음이 외롭다거나 못 견디겠다는 뉘앙스는 아니다. 단지 어제와 오늘의 대비가 너무 선명해서 얼핏 느끼기에는 공허감이 느껴지기도 함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어제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바다에도 밀물과 썰물이 있더라. 이를 보고 자연스레 인생에 빗대게 되었다.  사람의 인생에도 오름과 내림이 있는 것이라. 그리고 바다를 보니 오름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고 또 빠짐에도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더라. 그저 빠지고 채워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정말로 진정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인가, 혹은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정말로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어떠한 허무주의나 결정론자적 관점을 갖고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개인에게 주어진 것 혹은 성취한 것에 비해 너무 지나치게 ‘자신’에게 집중해서 그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된다. 주변의 많은 환경 요인들, 무엇보다도 내가 그런 성취 혹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도와준 수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음을 저 시선의 뒤로 넘겨버린 채. 겸손의 미덕으로 치환해서 그들을 바라볼 것이 아니고, 그들이 없었다면 정말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가는가.


ps. 나는 오늘 콜라를 침대에 쏟았다. 그래서 침대 시트와 요를 걷어내고 지금 빨래를 하고 있다. 콜라를 쏟고 나서 30분 뒤에 지금부터 시점을 1시간 전으로 돌리게 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아니다. 됐다. 덕분에 나는 지금 한 번도 빨지 않은 시트를 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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