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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배웁니다 Sep 02. 2017

시키지 않아도 계절은 변한다

벌써 날이 차다. 아침 출근길, 그리고 한밤중 거리를 거닐면 이전과는 다른 찬 내가 느껴진다. 계절의 변화는 그렇게 불쑥 우리 곁에 다가왔다. 누가 오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내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그렇게 가을이 오고 또 겨울이 온다. 특별한 성취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홀로 서게 된 원년으로써 올해를 기억하며 한해를 마무리하겠지. 아니면 남은 몇 달의 시간 동안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그리고 누구나 그 공평한 시간을 쓰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가끔은, 아니 꽤 자주 그 시간을 사랑이 충만한 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뭐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내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내 자유의지로 온전히 해결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는 도리지만, 그래도 현재의 나는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니, 때로는 그런 따뜻함이 그립게 느껴지기도 한다.


확실히 기온과 날씨의 변화, 즉 계절의 변화는 사람의 감정을 변화시킨다. 늘 항상성을 갖고 있던 감정의 상태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레 이동하는 모양새다. 가을에는 가을에 맞는 감성이 있다. 봄, 여름, 겨울도 각자의 감성이 존재한다. 그 감성은 때론 외롭기도 하고 때론 들뜨기도 하지만, 어쨌든 말로 표현하기는 조금 애매한 그 저마다의 특질이 존재한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래 봤자 고작 10여 일 남짓의 시간이지만, 사실 딱히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요사이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주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내 마음속에 있는 많은 개념과 나만의 세계관들을 이미 많은 글을 통해서 가볍게라도 정리된 형태로 세상에 내 보였기 때문에, 이후에 쓸 글들의 자기복제를 피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라도 글을 잘 쓰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글을 쓰는 것이 어색하고, 혹은 너무나 어려운 것이고, 혹은 갈등과 고민의 연속이 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기도 하지만 나에겐 글이란 내 생각의 ‘배설구’이고 그 누구에게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크게 구애받지 않고, 즉 독자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고려하고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자유로운 취미 같은 것이다.


쓰다가 문법이 다소 어긋나도, 단어의 선택이 다소 적절하지 않더라도, 내 글의 의도를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데 다소 실패하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그저 내가 글을 쓰며 기대하는 것은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 우리들만의 내면의 공통성을 서로 일면식도 없고 앞으로 볼 일도 없겠지만 ‘인지’ 하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는 것을 한번 정도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장을 열어가는 것, 딱 그 정도이다.


가끔씩 댓글을 남겨주는 고마운 독자분들도 존재하지만, 속으로 공감을 표현해주었던 사람들이 백배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특별히 공감 가는 글에 대한 감사 표시를 한적은 드물다. 그저 생각이 비슷한 ‘동류’의 사람을 온라인을 통해 만날 때는 내면 어딘가에 호감이 자리 잡게 되는 경우는 있겠지만, 어찌됐든 그와 나는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디지털이 참 좋다. 디지털을 통해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비슷한 사람에 집중하고 싶다. 내 생각에 갇히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다름을 존중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도 아니지만, 차이를 드러냄으로써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피로감을 적어도 지금은 피하고 싶다. 그저 동류가 주는 안정감, 편안함을 느끼고 싶은 요즘이다.


클리셰를 덧붙이자면 하늘이 참 높고 푸르다. 마음도 고요하면서 청명하다. 시원하면서 차갑기도 하다. 빈 것 같으면서도 약간의 기대감을 품게 만들기도 한다. 여러모로 계절의 변화는 사람 또한 변화시킨다. 인간도 곧 자연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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