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한 글자로 요약하면 무엇입니까?”
“난(難)!”
제자의 물음에 공자가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단어는 ‘어려울 난(難)’이었다. 공자에게도 인생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었나 보다.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 또한 하나같이 변화무쌍하고 파란만장하다. 성공한 기업인 중에도 드라마틱한 인생이 많다. 가만 들여다보면 힘들지 않은 인생은 없다. 인생이 힘들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일게다.
내게 결혼이란 문화는 그야말로 ‘어려울 난(難)’이었다. 가부장적 결혼제도는 그 어떤 것보다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책임과 보호라는 명목하에 여성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남성 위주의 결혼제도는 참을 수 없는 무거움이었다. 힘들 때 어떤 이는 종교나 심리학, 철학 등을 찾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영역에서조차 위안을 얻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그 순간 운명학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다른 사람의 삶을 분석하고 추적하며 분류하고 관조하는 일(命理: 命의 이치)은 그 어떤 공부보다 흥미로웠다. 나라는 사람이 참으로 보잘 것 없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인식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나니 그제서야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삶의 패턴에서 인생의 원리를 찾으면서 나를 버리는 연습을 하게 된 것이다.
한편, 쉰이 되면 훌륭하고 고상한 성품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쉰이 되기만 하면 운명학의 대단한 이치를 깨달아서 일희일비하는 인생과는 거리가 멀고, 무엇보다 현명한 사람이 될 것이라 상상했다. 그러나 막상 나이가 들고 보니 여전히 까다로운 성품 그대로이다.
운명학을 공부한 사람이니 웬만한 것은 초월해야 한다는 이상과 절대 그렇지 못한 현실 속에서 나름대로의 처방을 찾기 시작했다. 운명학을 통해 삶의 길을 나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으로 찾는 것이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보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이것이 내가 내린 지혜에 대한 정의이다. 이 정의는 결국 역(易)에서 온 것이다. ‘역(易)‘은 '변화'를 의미한다. 즉 복잡하게 변화하는 현상들에서 단순함을 읽어 내는 것이다.
“나는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은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영화 <관상>의 송강호 대사다. 이때 눈에 보이는 현상은 양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음이다. 파도는 양이고, 바람은 음이다. 파도가 만들어내는 현상에만 함몰되면 바람이 보이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보이지 않는 바람인 것이다. 운명학을 통해 인생의 주기나 패턴을 분석하고 관조한다는 것은 바람을 읽는다는 것이다.
변화를 읽어 내는 근원적인 우주의 원리는 세 가지이다.
첫째,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우리는 태양과 달, 밤과 낮, 봄·여름·가을·겨울 등 시시각각 변하는 시공 속에 놓여져 있다. 작년의 봄과 올해의 봄이 다르고, 어제와 오늘의 내 마음이 다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때 마음도 진심이고 지금 마음도 진심이다. 다만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다를 뿐이다.
둘째, 변화에는 반드시 일정한 법칙이 있다. 사계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듯 하지만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고 있다. 즉 부분이 전체이고 전체가 부분이 된다. 언뜻 보기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계 또한 복잡하고 불규칙적이며 이상한 모양이나 현상들로 가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일정한 패턴을 이루고 있으며, 이것들은 전부 이어져 있다.
삶 또한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움직인다. 인생도 봄·여름·가을·겨울처럼 생장수장(生長收藏)한다. 태어나고 자라고 거두어지고 갈무리하는 것이다. 우리의 하루에도 일생이 함축되어 있다. 하루가 겹겹이 모여 인생이 되는 이치다.
셋째, 알고 보면 간단하다. 변화의 법칙성을 이해하면 세상일 알기가 쉽다. 사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으로 반복된다. 인생의 계절은 자연의 순환과 유사하다. 지금 무엇인가를 막 시작하는 사람은 인생의 봄일 것이고, 한창 잘 나가고 있는 사람은 인생의 여름이다. 그렇다면 곧 가을과 겨울이 온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履霜堅氷至(이상견빙지). ’서리를 밟으면 얼음이 어는 시기에 이르게 된다‘는 말로 표현한다. 이는 이러한 때를 읽어야 된다는 의미이다.
어려움에 직면해야 변화를 꿈꾼다. 하강한다는 것은 침몰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 올라가기 위해 구름판을 밟는 것과 같다. 세상의 어떤 일이든 정점에 달하면 곧 하강을 준비해야 한다. 영원한 정점도 없고 영원한 바닥도 없다. 산에 올라가면 정상을 만난다.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내리막이 시작된다는 의미이다. 올라가면 다시 내려가고 내려가면 다시 올라간다.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현명해야 한다. - 찰스 촙(Charles Tschopp, 스위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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