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벌어지는
나는 보따리장수다.
많이 다닐 때는 서너군데 이상의 공간을 이동하며 일하던 시절도 있었다.
내 방이라든지 내 공간이라든지 하는 것들을 주장할 수 없는 그런 뜨내기시절,
뭐 지금도 그 형편이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며칠은 내가 쓰고 또 다른 날은 다른 분이 사용하는 공간,
내 서랍이나 내 허섭스러운 등속의 것들을 둘 만한 곳은 아니다.
그래서 늘 가방은 커다란 베낭이고 초, 공, 과자, 포크, 마이크 종이뭉치 등
많은 잡동사니들이 꽉 채워지고는 한다.
어떤 아이에게 어떤 물건이 적절할지는 늘 도전해야할 과제이기에
그리 되어 버렸다.
참참, 이게 주제가 아닌데
그래도 한 5년이상 다닌 이 공간,
지나치게 일찍 다니는 게 습관이라 10시 수업이면 8시쯤에는 와야 마음이 편하다.
화장실 쓰레기통을 비워주시는 어머님과 늘 주2회씩 조우하였다.
다들 출근하기 전 어두울 때 재빨리 와서 일을 헤치우시고 사라지는 어머님,
당신 혼자 있는데 불 켜는 거 아까우니까 최소한의 조명만을 사용하시는 어머님,
비닐 버려서 좋을 일 있냐며 비닐은 재활용하시자고 제안하셨던 어머님,
뭐라도 손에 쥐어드리면 너무 송구스러워하셔서 도리어 내가 면목없었던 어머님,
나와 만나는 날이면 늘 '아이구...오늘 소중한 날이구나. 선생님한테는...'이런 말씀을 건네곤 하셨다.
아이를 만나는 일이 소중하다고 나를 다독거려주셨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문득 그 분이 사라졌다.
그냥 낯설은 다른 분으로 변경이다.
다리가 불편하셨는데 어디가 안좋으신건지...눈도 어둡다고 호소하셨는데 이런저런 추측을 해볼 뿐이다.
별 수 없다.
이런 식의 헤어짐은 늘 불편하고 찜찜하다.
그간 고생많으셨다고 인사도 못건네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동, 그들이 있어서 내 모든 활동들이 가능하다.
별 수 없는데 죄송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한주를 마무리한다.
#어디서든 건강하시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