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다녀왔다.
아빠와 엄마, 나의 직계들은 모두 상경한 터라
이제는 여행지가 되어버린 공간이다.
언젠가 혼잣말처럼 광주 가고 싶다던 아빠의 소원수리격인 여행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소에 술을 붓고,
옛날 동네 유명한 밥집에서 줄도 서고,
달라지고 낯선 곳이지만 각자 나름의 추억들을 늘어놓고, 무엇보다도 아빠에게 남은 기억들을 묻고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등산 옛길 드라이브는 소박하지만 초록이 빛나는 공간,
숙소 근처 고깃집은 국물 하나도 허투루 나오질 않아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돌아오는 날,
이른바 광주에서 떴다는 동네를 산책했다.
아트에 진심인 작가가 차린 카페 이이남 카페,
커피도 공간도 음악에까지도 최선인 곳이었다.
전 일정 아빠는 우리와 함께 했다.
모든 행동이 느리고 힘들지만,
열심히 걷고 마시고 웃었다.
물론 가끔 눈을 감고 피로를 호소하시면서도
이게 여행이지,라고 말씀하실 때 나는 울 뻔했다.
다시는 살아서 못 만날 수도 있는
아흔 형님과는 만나자마자 엉엉,
사람은 누구나 늙어가고 있다는 실감과
아직 살아계셔서 잔소리해주셔서 무한 감사하다는
그런 감정들이 뒤섞인다.
또 떠나자고 다짐하며 여행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