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서울에서 세 번째 방이었다.
그래, 방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다.
그러나 내 생에 최초로 내 방이 생겼다.
개인 침대와 책상과 책장이 주어졌다.
감격이었다.
문을 닫으면 온전히 나 혼자일 수 있는 공간이라니.
세발 지하였다.
우리 집 말고도 두 집이 더 있었다.
언니 방에서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의 다리가 보이는 창이 있었으나 내 방은 문과 벽과 천장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신나던 중에 폭우가 왔다.
고향에서 올라온 엄마와 큰 조카까지 있던 날 밤,
부산한 소리에 나가보니 집주인 아줌마가 능숙하게 모래주머니를 쌓고 있었다.
능숙하다니... 습관적인 수몰지구인가.
잠은 싹 달아났다.
잊을 수 없다.
건너집에서 물을 퍼서 우리 집으로 펌프 줄을 돌렸다.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고, 모래주머니는 무력했다.
하수도에서 물이 범람했고 전기가 끊겼다.
그렇게 방이 잠겼다.
냉장고가 고개를 갸웃갸웃하더니 천천히 기울어졌다.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는 방을 버려야 했다.
서울,
내 생애 최초의 방을 비가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