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얻으며
오랫만에 주말 오전을 오롯이 혼자 보낸다.
신해철 노래를 크게 따라 부르며,
간밤에 술마신 흔적을 지우고 잘 마르지 않은 빨래를 거두어내고
읽을 책을 부리고 그림을 그려볼까 스케치북을 꺼낸다.
빨래를 정리하다 말고 옷들을 입어본다.
맞지 않는 옷이 절반이다.
수영이 끊기고 툭하면 뛰어나가 걷던 습관을 줄였다.
작은 몸에 빼곡하니 살이 들어찼으니 옷이 줄어들었다고 변명하기에는
비굴하다.
옷을 버린다.
굿윌스토어 비닐이 금새 꽉 찬다.
몸이 작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옷을 사서 작으면 나에게 준다.
검소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관심이 없어진 옷을 나에게 준다.
나는 받는다.
건네주는 사람들이 무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도 받고,
실제로 난 뭐든 잘 걸치고 다닐 수 있다며 받는다.
옷을 버린다.
언젠가는 빠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함께 버린다.
옷을 버리며 빈 서랍이 생긴다.
다양한 아이템이 아니면 출근길이 더 단순해진다.
버리면 얻는다는 말,
참 당연한 말씀 감사하다 여겼는데
진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