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결 보고서
너를 위하여 플라스틱 컵을 샀다.
색깔별로 크기별로 일단 샀다.
대기실에 있던 플라스틱 컵에 급격한 관심을 보이는 것을 목격하고 샀다.
마구 컵을 던졌고 깼고 아무 데나 넣어서 감추었다.
너를 위하여 거울을 샀다.
세배로 커 보이는 거울,
손바닥만 한 거울,
세 방향으로 펴지는 거울,
방에 있던 볼품없는 거울 앞에서 한참을 물끄러미 스스로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일단 샀는데 거울만 보면 피하기 시작하였다.
너를 위하여
각종 끈을 사보았다.
작은 상자 안에 들어간 리본을 꺼내고 줄다리기하듯이 잡아당기며
네가 웃는다.
웃는다... 웃었다. 얼마나 다행이냐.
한 번이라도 네가 웃는다는 게... 얼마나 좋으냐.
장난감 코너에서,
어린이책 코너에서,
학회에서 ,
그냥 걸어가던 거리에서
소주를 마시다가도 너를 생각했다.
그리고 갑자기 네가 사라졌다.
너를 너무 생각한 까닭이라고 생각한다.
너와 어떤 식으로든 소통하고 싶다고 욕망했다.
감히... 일방적으로... 가끔 나직하게 '네'라고 음성하는 너를 보며
나는 열광했다.
감히... 나는 나 혼자서 한 발자국 나가고 싶었나 보다.
수십 년을 바라봐도 나는 늘 너희들을 짝사랑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