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를 마친다

자가격리11

by 다듬

총 5회의 빨래와 총13회의 청소

스무 여권 독서

서른 두 개의 글

다섯 개의 다큐멘터리

한 개의 드라마

두 번에 걸친 피부 노력

세 번의 연주

총 12회기의 운동

4회 음주

19회 요리(라고 총칭한다)

셀 수 없이 많은 관찰들


자가격리가 이제 세 시간쯤 남았다. 범주를 만들어놓고 바를 정(正)을 그려가며 살았다.

과하게 한 일은 관찰이다.

그러니까 나는 잠시 멈추어 있었다.

꼼꼼하게 책장을 들여다보고 쌓여 있는 종이들을 뒤적여볼 만한 여유가 없었다.

시간이 있으면 피곤에게 핑계를 대고 업무의 과중함으로 달리기만 하였나 보다.

내 몸과 마음을 돌아보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등한시하였다. 고백한다.

조금이라도 움직, 달라지자. 결심한다.


새벽 운동과 하루 일정을 검토하는 일과 채식을 위주로 하는 식단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책 목록을 정리하고, 종이들을 검토하리라.

하루하루 낡아가고 있는 나를 인정하고, 살아가야지.

이런 거대한 결심이라니... 조금은 신나는 날이다.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좀 걷고, 그리운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나 잘 살아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살아가겠습니다.


#너무 비장 하 다자가 격리 2주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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