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간다.
심정이나 현황은 나중으로 미루고,
이사자체에 대하여 기록해야겠다.
돌이켜보면 서울에서만 11회의 이사가 있었다.
지인트럭이사, 셀프이사, 포장이사 다양했다.
세발지하, 한발지하, 계단없는 5층빌라, 반층빌라...
그 다종다양함이란 말할 수도 없다.
돈을 받는 이들의 메뉴얼은 이제 뻔하다.
생각보다 짐이 많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드네.
힘드네힘들어 안되겠네 안되겠어..
돈을 더 내셔야겠어.
연변분들은 말이라도 통한다.
몽골,중국본토인,베트남과 우크라이나에 이르기까지
말을 전혀 모르는 국제적 인물들이 가득하다.
누가해도 적당히 깨질테고 정리는 다 다시하는 거라고
알고 있었음에도,
그들이 돌아간 뒤, 제자리가 있었던 책들은 정확히 열무더기가 바닥에 쌓였다.
가장 멀쩡했던 서랍장은 깨졌다.
부엌베란다문은 아귀가 맞지 않고,
책꽂이두개가 무너졌다.
수저통에는 빨대세개가 들어가 있다.
못하겠으면 하지나 말지 여기저기 쑤셔박아놓아서
앞으로 한동안은 숨바꼭질이다.
하지만 불평할 수 없다.
이들은 우리집을 알고 나를 알고있다.
이들은 나보다 훨씬 힘이 세고 더웠고 짜증이 났다.
보통 세입자들은 그래서 정리가 끝나면 다시
눈물을 머금고 이사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