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옷이 많다
70이 넘으신 엄마는 이런 선언을 문득 하셨다.
"난 앞으로 죽을 때까지 옷을 사지 않겠다"
평소에 뭔 옷이라도 사셨던 분이라면 모르지만 워낙에 검소에 딱 맞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니 어색했다.
환경오염을 위해서 툰배리가 선언한 거 봤냐며 당신이 얼마나 살지 모르나 암튼 조금이라도 환경을 위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행하시겠다는 강력한 의사였다.
더불어 당신과 밀접한 우리도 그런 면에 있어서 동지가 되길 바라시는 눈치였다.
나는 옷이 많다.
정말 많다.
스타일과 사이즈 역시 다양하다.
그리 된 연유는 간단하다.
나는 내 모든 지인들 사이에서 작은 사람이면서 검소한 캐릭터에 속해있다.
게다가 지인들 중에서 나는 막내다.
다양한 이유로 옷들이 들어왔다.
샀으나 작다-내가 보기에는 가장 빈번한 이유지만 그렇게 말하는 분들은 적다. 여자의 마지막 자존심이랄까.
샀으나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안어울리면 반품을 하든가 교환을 하든가 나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다.
샀으나 뭔가 내 나이에 입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이런 느낌이 하루아침에 들기도 한단다.
여름 티셔츠만 100장이 넘었고 원피스 역시 수십 벌이다. 청바지는 셀 수 없다.
최선을 다해서 입고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 역시 아낌없이 준다.
나는 생각만큼 작지도 않고 젊지도 않은데 많은 옷 덕분에 이것저것 다양하게 입어볼 수 있다.
한때는 등산복을 교복처럼 입었으나 어떤 날은 오피스룩, 어떤 날은 파티복, 또 어떤 날은 대학생 룩..
뭐 이런 명명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가끔 사람들이 늘 나의 옷을 보며 평가를 내릴 때마다
'고맙다, 그러나 나는 옷을 사지 않을 것이다' 엄마와 동일한 선언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엄청나게 기부했다.
당근을 통하여 무료 나눔도 했다.
누군가의 당근을 통하여 구매한 옷이 나에게 떨어지기도 했다.
생각보다 타인은 타인의 의상에 별 관심이 없다.
그래도 나는 옷은 사지 않을 것이다.
등산복, 여행복, 행사복, 여행 가서 입고 버릴 해어진 옷까지 다양한 범주의 옷들이 이미 내 손안에 있다.
무엇이든 입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