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

세상에 이런 병은 없지만,

by 다듬

새벽 다섯 시에 기상하게 되었다.

며칠 아니, 몇 달은 지속되고 있다.

그 어떤 난관을 뚫고도 나는 요즘 새벽 다섯 시 언저리에서 늘 기상한다.

그리하여 6시 알람이란 아주 성가신 존재가 되고 말았다.


음주를 하였거나 혹은 고된 노동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급한 일정이 전혀 없고 새벽 기상이 필요한 그 어떤 일이 없음에도

새벽 다섯 시가 되면 나는 일어난다.


가끔은 악몽에서 탈출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날도 하루, 이틀쯤은 있었다.

일찍 일어나니 하루가 길고 책을 읽거나 방을 정리할 시간을 벌 수 있어서 좋구나 여긴 적도 있다.

그러나 하루도 빼지 않고 이런 부지런이라니 이건 뭔가 병이 걸린 걸까...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엄마 유전자, 새벽 기상이라면 단연 그녀가 떠오른다.

유전병인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게으름이라고는 피울 수 없는 그런 몸이 되고 마는 건가 생각했다.

득도를 한 건가.

새벽 수행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 결론을 짓고 요가를 30분씩 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러한 루틴이 형성되었다.

장점이 훨씬 많다.

미루어두었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뭐 청소나 정리가 훌륭해지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았다.

읽기 힘든 책들을 읽었고, 오랫동안 보내지 못했던 편지를 부쳤다.


이런 병이라면 언제든 환영하자.

아니다, 어떤 병이든 너무 박대하지 말자, 그래도 찾아주신 손님인데...

받아주고 타협하고 내가 지면 잠깐 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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