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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회계사 Sep 18. 2018

자기 증명의 욕구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고 자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구

< 자기 증명의 욕구> 요한복음17장6-11절

「종의 마음」이란 책이 있습니다. 아공의 어느 목사님이, 어느 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서,

전쟁지역과 가난한 지역을 걸어서 찾아 다니면서, 길에서 만나는 홈리스, 마약중독자, 창녀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들의 발을 씻어주는 사역을 하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그들의 영혼들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놀라운 역사들이 일어났습니다. 그의 동역자 중에 한 사람이, 그 목사님께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목사님, 제가 자원해서 사람들을 섬기는 종이 되는 것은.. 기쁘고 즐거운 일이지만, 사람들이 정말로 나를 종처럼 대우할 때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크리스천이 되었다는 것은, '내가 죽고 내 속에 그리스도로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인데, 정말 내가 예수와 함께 죽어서, 사람들이 나를 ‘종으로, 거지발싸개로’ 대하면 그 현실이 무척 괴롭더라는 고백입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끊임없이 자기 속으로부터 밀쳐 올라오는 욕구가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증명의 욕구>입니다. 세상 앞에서 당당하게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고 자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구입니다. 세상도 끊임없이 그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성적으로 자기증명을 하려고 하고, 직장인들은 승진과 연봉으로 자기증명을 하려 하고, 연예인들은 인기로 자기증명을 하려 하고, 사업가들은 재력으로 자기 증명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보여주는 것은 불완전함뿐입니다. 한때 완벽하게 보이더라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인간에게 결국 드러나는 것은 인간의 불완전함뿐입니다. 내가 완벽함을 절대로 보여줄 수 없는데, 왜 우리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일평생 안달하는가요? 1년 전에 있었던 국정농단 청문회를 최근에 보았는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보고 그런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전국 학력고사 60등 안에 들었고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 재벌가 사위, 재산만 450억 원, 너무나 똑똑했고 능력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기브스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중 누가 우병우 같은 사람이라고 불리기를 원할까요?

 

나는 네이버 메모를 꽤나 자주 쓰는 편이라서 메모가 5,700개 정도가 쌓였습니다. 그래서 인지 메모장이 느려져서 과거 메모를 정리하였습니다. 네이버 메모를 정리하다 보니 3년 전에 나를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흔적이 보였습니다. 회사 매출목표는 얼마까지 해야 하고 주식투자에서도 어느 정도 수익을 내야 한다는 기록들이 많았습니다. 당시에 지금보다도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한 결과가 우리의 능력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우리가 추구하는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허무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매출이 높을 때는 회식할 때 좀더 맛있는 것을 먹으로 다니고 여행도 더 많이 다녔고 갖고 싶은 것을 더 많이 샀습니다. 그런데 그로 인한 만족은 사실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만족은 어디서 채워지십니까? 사업, 열등감, 그 무엇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를 완전한 만족으로 인도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기 증명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속에 있는 그리스도를 증명해 보이는 존재입니다. 인간의 자기 증명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입니다. 인간이 자기 증명을 완벽하게 해 낼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인간은 전능한 신이 아니라, 피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기증명을 하려고, 애쓰거나 분투할 필요 자체가 없습니다.

 

사도 요한은 요한일서에서 “세상과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고 했습니다(요일 2:15~16). 그러면서 세상과 세상에 있는 것들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줍니다. 그것은 세 가지로 정리되는 바,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 그리고 ‘이생의 자랑’입니다.

 

인간은 자꾸 스스로 목적적 존재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자기계발이 유행하고, self-development 자기 증명을 하려고 발버둥치지만, 우리 성도들은 그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왜냐면, 예수님이 아예, 자기를 목적하는 삶을 살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 이름이 아니라) 아버지의 이름을 나타내었나이다.”(요17:6)

복음은 우리를 이 모든 죄의 족쇄들로부터 자유하게 해줍니다. 세상이 가진 특성과 정반대의 성향이, 하나님으로 만족을 누리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사람이 가진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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