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행정을 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보통
서류나 조정 업무를 떠올린다.
하지만 내 자리의 중심에는
늘 회계가 있었다.
회계는
말이 없다.
사정을 설명하지도 않고,
이유를 들어주지도 않는다.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린다.
숫자는
늘 정확한 자리에만 서 있으라고 요구했다.
나는 그 숫자들을
매일 들여다봤다.
예산서, 집행내역, 잔액,
마감 기한과 증빙.
하나라도 어긋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긴장한 채로 일했다.
회계는
실수를 허락하지 않는 자리였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이
통하지 않았고,
“다음엔 조심할게요”로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러워졌고,
확인에 확인을 더했고,
결정하기 전
한 번 더 멈추는 사람이 되었다.
그 시간은
나를 빠르게 만들지 않았다.
대신
쉽게 넘기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회계를 차갑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본 회계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자리였다.
숫자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좌우했고,
지출 한 줄이
누군가의 생활을 결정했다.
그래서 나는
그 숫자를
가볍게 다룰 수 없었다.
회계에서 가장 무서운 건
큰 실수가 아니라
무심함이었다.
“이 정도쯤이야”
“다들 이렇게 해”
그 말 한 번에
사람 하나가
기준 밖으로 밀려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늘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이 숫자 뒤에
누가 서 있을까.”
회계업무를 오래 하며
나는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대신
사람이
숫자 속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금 나는
자리를 옮겨
이용자 곁에서
직접 생활을 함께 하고 있다.
서류보다
표정을 먼저 보고,
잔액보다
기분을 먼저 살핀다.
그래도
내 안에는 여전히
회계하던 사람이 남아 있다.
쉽게 약속하지 않고,
감정으로 판단하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사람.
그 태도는
사람을 대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회계는
나에게
속도를 늦추는 법을 가르쳐줬고,
가벼워지지 않는 책임을 남겼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사람 앞에서
쉽게 말하지 않는다.
숫자를 맡았던 사람은
이제
사람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누군가의 삶을
가볍게 다루지 않으려는 마음만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회계업무를 더 많이 했다는 말은
어쩌면
이 일을 하며
사람을 더 조심스럽게 대하게 됐다는 고백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조심스러움을
앞으로도
놓치지 않고 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