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항해를 시작한 날

by 지니

새로운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용자들과 함께
항해를 시작하려 한다.
아직 목적지는 분명하지 않고,
지도도 완벽하지 않다.
다만
같은 배에 올랐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오늘
이용자와 함께 교회에 다녀왔다.
처음의 시작은
아이 때문이었다.
우리 딸의 미래를
내 힘으로는 더 붙잡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하나님께 맡겨보고 싶었다.
그게
솔직한 이유였다.
그런데
이용자도
교회에 가고 싶다고 했다.
강요도 아니었고,
설득도 아니었다.
그냥
“가고 싶다”는 말.
그래서
같이 가기로 했다.


나는 모태신앙이다.
하지만 신랑과 결혼하면서
신앙은
삶의 중심에서 조금씩 밀려났다.
신랑은
하나님을 믿지 않았고,
교회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말하지 않았고,
다투지 않았고,
조용히 접어두고 살았다.
시부모님의 종교 문제로
다툼을 보며
나는 더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그러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딸이 힘든 시간을 지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가야겠구나.
그래서 신랑에게 말했다.
“교회에 가고 싶어.”
기다렸다는 듯
반대가 나올 줄 알았는데,
신랑은
허락했다.
아주 담담하게.
그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었다.


막혔던 길이
조용히 열리는 느낌.
억지로 밀어낸 문이 아니라,
이제 열어도 된다는 신호 같은 것.

오늘
이용자와 함께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찬양을 듣고
같은 시간을 보냈다.
특별한 기도도,
큰 감동도 없었다.
그냥
좋았다.
신앙은
누군가에게는 확신이고,
누군가에게는 선택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걸 ‘정답’으로 쓰고 싶지 않다.
다만
지금의 나에게는
기댈 수 있는 방향 하나가 생겼다는 사실만
남기고 싶다.
이용자들과의 항해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
정답을 들고 나아가는 항해가 아니라,
같이 방향을 찾는 항해.
때로는
속도가 느릴 수도 있고,
파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혼자는 아니라는 감각만으로도
충분한 날들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 항해의 첫날이었다.
아직은
어색하고,
조심스럽고,
모든 게 시작 단계다.
그래도 나는
이 길이
누군가에 의해 막힌 길이 아니라
조금씩 열리고 있는 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용자와 함께,
그리고
나 자신을 데리고
항해를 시작한다.
오늘은
그 첫 정박지에
조용히 닻을 내린 날로
기억해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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