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작은 하루였다.
특별한 일정도,
기억해둘 만한 사건도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하루가 또렷이 남았다.
아침에 문을 열고 나왔고,
이용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서로의 얼굴을
조금 더 오래 보고,
오늘은 어떤 기분인지
굳이 묻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두었다.
점심을 준비했고,
함께 앉아 밥을 먹었다.
대화는 많지 않았고,
웃음도 크지 않았다.
그래도
어색하지는 않았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점심을 다 먹고 나서
누군가가 말했다.
“밖에 좀 걸을까요?”
정해진 계획은 없었고,
프로그램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나섰다.
점심식사 후
이용자들과 함께 걸었다.
누군가는
걸음이 느렸고,
누군가는
괜히 앞서 나갔다.
말이 많은 사람도 있었고,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중간쯤에서
그들을 봤다.
속도를
맞추려고 하지 않았다.
빠른 사람에게
천천히 가라고 하지도 않았고,
느린 사람을
앞으로 끌어당기지도 않았다.
그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햇빛이 조금 따가웠고,
바람이 생각보다 불었다.
누군가는
모자를 눌러 썼고,
누군가는
그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선택들을
굳이 고치지 않았다.
걷는 동안
대단한 이야기는 없었다.
점심 반찬 이야기,
어제 본 텔레비전 이야기,
길가에 핀 꽃 이야기.
말들은
앞서지 않았고,
의미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잠깐
줄이 흐트러졌다가
다시 모였다.
누군가는
잠시 멈췄고,
다시 따라왔다.
그 모든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가 말했다.
“좀 걸으니까 좋네요.”
그 말은
평가도 아니고,
감사도 아니었다.
그냥
느낀 그대로였다.
오후에는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오늘 하루를
하나하나 떠올려봤다.
보고서에 남을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마음에 남은 건 있었다.
누군가를
앞서 끌지 않았고,
누군가를
뒤에 남겨두지 않았다는 사실.
아주 작은 일상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날들이
모여야
사람은 조금 덜 불안해지고,
조금 더 자기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런 하루를
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성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항해는 아직 시작 중이고,
아직은
큰 파도도,
뚜렷한 목적지도 없다.
그래도 오늘은
같은 배에서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
그 사실 하나로
오늘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