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의 삶은 설계하면서, 내 삶은 설계하고 있을까

by 지니

우리는 매월 계획서를 쓴다.
이용자의 목표를 세우고,
1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고,
지원 방향을 정한다.
그리고 평가한다.
잘 되고 있는지, 수정할 건 없는지.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삶을
이렇게 진지하게 설계해본 적이 있었나?


나는 20년째 가계부를 쓰고있다
매달 수입과 지출을 적고,
1년에 한 번은 자산을 정리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시작한 건 아니다.
그냥 살아보니
기록하지 않으면 흐르고,
점검하지 않으면 새어나간다는 걸 알게 되었을 뿐이다.
그렇게 1년, 5년, 10년이 지나면서
한 가지 분명해진 게 있다.
안정은 월급에서 오지 않는다.
구조에서 온다는 것.
돈이 남아서 모은 게 아니라
먼저 빼두었기 때문에 쌓였고,
투자를 잘해서가 아니라
흐름을 관리했기 때문에 불안이 줄었다.
우리는 종종
“교사는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안정은 자동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물가는 오르고,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노후는 생각보다 길다.
사명감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사명감이 통장을 채워주지는 않는다.
나는 이용자의 자립을 돕는 일을 한다.
스스로 선택하고,
계획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렇다면
나는 내 삶에 대해
얼마나 선택하고 있었을까.
소비는 본능이지만
설계는 의지다.
이용자들의 1년 계획을 세우듯
내 삶의 5년, 10년도
한 번쯤 점검해보는 일.
그건 욕심이 아니라
책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남의 삶을 설계하는 사람이라면
내 삶도 설계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
계획서를 한 장 더 써보자.
이번에는
나를 위한 계획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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