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사람 곁으로 간다

by 지니


오랫동안 숫자 곁에 있었다.
틀리지 않게 정리하는 일,
빠지지 않게 확인하는 일,
보이지 않는 부분을 맞춰가는 일이 내 일이었다.

숫자는 정확했고
일은 분명했다.
잘했는지 아닌지도 비교적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오래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른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을 이해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함께 듣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체험홈으로 오게 된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조용히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다.

잘해야겠다는 마음보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다.

두 사람과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매일 새로운 질문을 만난다.

이 말을 왜 했을까.
오늘 기분은 어땠을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답을 찾으려고 했고
지금은 먼저 듣는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말하지 않아도 보인다는 것도 알게 됐다.

체험홈의 하루는 크지 않다.
아주 작은 일들이 반복된다.

같이 밥을 먹고
약속을 확인하고
하루를 정리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삶이 있다.

나는 그 삶을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설명할 수 있게 돕고 싶다.

잘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 더 천천히 듣는다.

나는 지금 배우는 중이다.
사람 곁에 있는 일을.

그리고 이 선택이
내 삶의 방향이라는 것도
조금씩 알게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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