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대를 지나 돌봄을 배웠다

by 지니


돌봄은 어느 한 순간 배운 것이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알게 된 것도 아니었다.

나는 세대를 지나
조금씩 돌봄을 배웠다.

처음에는 역할이었다.
해야 하는 일이 있었고
맡은 자리가 있었다.

정해진 일을 하고
필요한 것을 챙기고
하루를 무사히 지나게 하는 것.

그것이 돌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돌봄은 일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른의 시간을 곁에서 보았고
아이의 시간을 곁에서 보았고
그 사이에 있는 수많은 순간을 함께 살았다.

세대는 달랐다.
속도도 달랐고
말하는 방식도 달랐다.

그래서 나는 더 오래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같은 이야기를 다시 듣는 법을 배웠고
답을 서두르지 않는 법을 배웠다.

돌봄은 해결하는 일이 아니라
이해하는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던 시간도 있었다.
틀리지 않으려 애쓰던 시간도 있었다.
더 해줘야 한다고 스스로를 밀어붙이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돌봄은
무언가를 더 하는 일이 아니라
곁에 있어주는 일이라는 것을
시간이 가르쳐 주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시간을 곁에서 보며
나는 돌봄의 속도를 다시 배웠다.

좋은 날과 힘든 날이 반복되고
변화보다 반복이 많았고
특별한 순간보다 평범한 날이 더 많았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버틴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돌봄은 강해지는 일이 아니라
부드러워지는 일이었다.

누군가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시간을 존중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조금 더 천천히 듣고
조금 더 오래 기다린다.

세대를 지나 배우게 된 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였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있어야 하는지였다.

나는 세대를 지나
돌봄을 배웠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금 내가 사람 곁에 서 있는 이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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