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속도로 함께 걷는다

by 지니


체험홈에서의 하루는
빠르게 지나가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은 있지만
서둘러야 할 이유는 없다.

처음에는 그 속도가 낯설었다.
예전에는 일정이 있었고
기준이 있었고
맞춰야 할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오늘의 속도가 기준이 된다.

누군가는 조금 천천히 준비하고
누군가는 말을 꺼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시작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기다리는 시간을 먼저 배우고 있다.

무언가를 앞당기기보다
지금 가능한 만큼 함께 하는 것.

돌봄은 속도를 맞추는 일이라는 것을
이곳에서 더 자주 느낀다.

잘하려고 할수록
속도는 빨라지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관계는 멀어졌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덜 하기로 했다.
대신 조금 더 함께 있기로 했다.

같이 앉아 있는 시간,
말이 많지 않은 시간,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

그 시간들이 쌓이면서
생활은 만들어진다.

오늘의 속도로 함께 걷는다는 것은
멈춘다는 뜻이 아니다.

각자의 속도를 존중한다는 뜻이다.

어떤 날은 한 걸음이고
어떤 날은 제자리처럼 느껴지지만
그것도 그날의 속도다.

나는 이제
앞에서 끌기보다
옆에서 걷는 쪽을 선택한다.

돌봄은 누군가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같이 시간을 건너는 일이라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오늘의 속도로 함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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