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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경퀸 Feb 07. 2021

뾱뾱이가 쓰레기가 되지 않는 방법

넘쳐나는 완충재와 포장재의 완벽한 처리, 정답은 당근당근

물건을 샀는데요. 뾱뾱이가 도착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샀는데요. 생수가 세 병이나 도착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집콕 비상사태가 이어지면서 나날이 택배 양이 늘어났다. 인터넷 쇼핑은 택배 박스뿐만 아니라 제품의 완충제 역할을 하는 뾱뾱이라 불리는 에어캡도 함께 배송되었고 그것들은 계속해서 쌓여갔다. 애초에 분리수거를 하기도 애매하고, 그냥 버리자니 지구에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아 양심이 찔린다. 특히 에어캡은 활용도가 높아 보여 쟁여놓고는 있지만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깜깜했다.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 파는 사람도 아니고...


환경 문제가 점차 대두됨에 따라 기업들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변화하는 추세이다. 당연시하던 보냉제를 100% 물로 바꾸는 기업들이 보편적이었다면 어떤 기업은 보냉제나 보냉팩 대신 얼린 생수를 몇 병 넣어서 준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대단했다. 소비의 가치가 점차 세분화되고 공익, 환경을 생각하는 쪽으로 가면서 이런 사소한 변화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들의 이야기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곳이라면 쉽게 바꿀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불편해하는 사람들보다 안주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많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 택배를 받고 당황한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는 지인이 멜론을 선물로 보냈던 일이다. 택배 박스 내에는 과일을 포장한 포장재와 선물 봉투가 따로 들어 있었다. 과일과 선물 봉투가 둘이 싸웠나 싶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있어서 몇 초 동안 왜 선물 봉투가 들어있지? 하고 생각했다. 


(멜론과 선물 봉투 사진)


선물을 받는 당사자에게 보내는 택배인데 굳이! 왜! 선물포장도 되지 않은 선물 봉투를 함께 넣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런 일은 한동안 영양제를 시킬 때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조금 고가나, 선물용으로 좋은 제품들일수록 이렇게 과한 포장이 함께 오는 경향이 짙었다. 말하고 싶었다. 필요하면 필요하다 말할 테니 제발 그냥 제품만 받을 수 없을까요?



택배를 이용하다 보면 쌓이는 완충재와 종이봉투.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사이 면세점 가방 봉투만큼 큰 봉투가 가득 찰 정도로 쌓이고 말았다. 비닐 가방부터 각양각색 사이즈의 종이가방, 비닐 완충제와 종이 완충제까지! 작은 포장 도구 판매점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간혹 회사에 도시락이나 간식을 싸 갈 때 조금씩 꺼내 쓰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줄어들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나는 당근 마켓에 폭 빠져버렸다. 아주 폭.


(당근 마켓 이용하는 사진)


당근 마켓은 이미 유명한지 좀 되었었는데, 나는 딱히 팔 물건들도, 사고 싶은 물건들도 없어서 그런 게 있구나~ 하고 인지만 했었다. 근데 방 정리를 하다 보니 안 입는 옷과 신발, 사이즈 미스로 처박아둔 물건들이 꽤 있지 뭔가. 쇼핑몰 디자이너의 감각을 살려서 멋지게 사진을 찍었다. 살짝의 색보정과 정방형의 비율까지. 모든 걸 갖춘 내 중고 제품들은 불티나게까진 아니더라도 조금씩 팔려나갔다.


완충제와 종이가방, 이렇게 사용할 수가 있네!


첫 거래는 집 근처에서 이루어졌다. 같은 아파트 주민의 신발 구매. 신발 안쪽에는 종이 완충제를 넣어 볼륨감 있어 보이게 만들었고, 적당한 크기의 교보문고 종이봉투에 쏙 넣어서 가져갔다. 일반 비닐봉지에 터널터널 들고 가는 것보다는 확실히 편하고 있어 보였다. 


두 번째 거래 역시 집 근처. 부피가 조금 있는 트렌치코트니까 얼마 전 봐 두었던 의류 종이봉투에 곱게 접어서 넣어서 가지고 갔다. 외국인이 와서 깜짝 놀랐던 경험. (그녀의 이름은 너무나 한국스러운 유정이었다. 아마 한국식 이름이었겠지?) 


세 번째, 네 번째 역시 의류 거래였다. 중간에 바디럽 샤워필터(새 제품)를 제외하고는 모두 들고나갈 일회용 봉투가 필요했다. 모아두었던 종이가방이 무척 도움이 되었다. 또 간혹 먼 곳에서 구매하고 싶어 하는 경우 택배거래를 하기도 했는데, 이때에는 완충제를 재사용할 수 있었다. 이때 눈치챘다. 당근 마켓에 물건을 팔다 보면 많은 일회용 가방과 완충재를 다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에상은 적중했다.


완벽하게 다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단 웨이스트 0%!


당근 마켓을 통해서 100% 완충재와 종이봉투를 사용하는 것은 어렵다. 매번 판매가 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그만큼의 중고 제품이 내게 없으니까. 그러나 한번 사용한 종이봉투와 완충재가 바로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기에는 효과적이다. 더불어 중고를 거래를 통해서 쓰레기가 될 뻔한 것들을 재사용함으로써 소비를 함에도 버려지는 것들이 하나도 없게 되는 기적(?)이 만들어진다. 


거래자분(?)에게도 거의 새 봉투를 전해 드렸으니 모쪼록 다른 필요한 곳에 쓰길 바란다. 이 외에도 완충재는 다양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문틈 사이에 방음 용으로 붙인다던지(아버지가 코골이가 너무 심해서 다른 방에서 주무시는데도 불구하고 본인 방문을 열면 모든 방에 코골이 소리가 다 들린다.), 친구에게 아이돌 포카를 줄 때 접히거나 구겨지지 않게 완충제로 감싸서 준다던지, 유리제품들을 감싸서 보관할 때 쓴다던지.


그러나 완벽하게 다 재사용할 수는 없으니 많은 기업과 판매자들이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바뀌면 어떨까. 가령 완충제가 필요한 경우 비닐 완충제보다는 종이 완충제를 사용하거나, 보냉팩이 필요한 경우 물 100% 보냉팩이나 생수병 등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쓰레기를 덜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유리제품이나 전자제품처럼 약간의 충격으로도 상품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들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 것들에는 완충제를 조금 적게 사용하는 게 옳다고 본다. 미래의 가치, 상생하는 삶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북극이 녹아내리거나 동물들이 멸종되는 시간이 늦추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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