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 2

by 파치

저녁 다섯 시 반, 퇴근을 한다. 누구에게 전화를 걸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다. 최근 통화 목록을 가볍게 쓸어 넘긴다. 상대는 이미 정해져 있다. 엄마.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는 집 전화번호와 엄마 전화번호를 다 외우고 다녔다. 공중전화에 동전을 넣거나 수신자 부담 서비스를 이용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통의 내용은 뭐였더라, 엄마, 나 늦어, 정도였을까.
엄마와의 통화는 2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일주일에 두 번, 많게는 세 번. 엄마, 뭐해, 뭐 먹었어, 어디야, 으레 하는 얘기를 묻고는, 오늘 하루 실수한 일들, 속상했던 일들, 물 한 잔도 못 마시고 퇴근했다는 이야기들을 툭툭 털어놓는다. 그럼 엄마는 그랬니, 저랬니, 엄마가 기도할게, 엄마가 세미 편이잖아, 나직한 엄마의 목소리가 내 손을 고쳐 잡는 듯 수화기 너머에서 번진다.
엄마와 나는 외줄 타기를 하듯 생과 사의 모서리 하단부 정도를 어루만지는 대화를 나눈다. 깊고 괴로운 감정의 서사는 서로의 밤잠을 설치게 하고 뜬눈으로 새벽을 울게 만들 것이기에.
조금은 가볍고 어쩌면 금세 지나갈 고통들을, 약간은 울음 어린 명랑한 목소리로(내 이름은 캔-디 톤으로) 나누다 보면, 어쨌거나 내일도 살아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야 마는 것이다.
엄마는 퇴직하면 뭐할 거야, 어디서 살 거야, 엄마 나는 사람이 아주 질려버렸어, 주택 사서 엄마가 1층에서 살고, 나는 2층에서 살면 안 돼? 조용하게 살을게.
그럼 엄마는 그래, 그래 좋아 세미야, 하고.
나는 그럼 또 유치하게 우리 둘이서만 같이 사는 거야, 알았지? 하고 엄마를 채근한다.
온전한 사랑은 어디에서 올까....... 엄마를 원망하고 미워하느라 먼 길 돌아온 열여섯의 나는 어떨 때는 펑펑 울고만 싶고 어떨 때는 그저 엄마가 죽으면 따라 죽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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