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장례가 끝나고 엄마와 나는 할머니의 아파트에서 이틀 밤낮을 죽은 듯이 잤다. 어딘가에서 파도 물결 소리가 밤새도록 흘러나왔다. 아니, 나는 그렇다 치고, 엄마는 잠이 와? 대충 끓인 된장찌개를 한 숟갈 떠먹으며 물었다. 엄마는 뭐 이런 맛이 다 있냐는 표정으로 밥공기를 비워내다 내 물음에 픽, 바람 빠지는 풍선 소리를 냈다. 그러게. 잠이 오더라.
설거지를 마치고 문이 없는 집을 휘 둘러본다. 왜 문이 없어? 글쎄, 리모델링할 때 뗀다는 얘길 얼핏 들었어. 엄마는 텅 빈 문간에 기대서서 발 끝으로 문지방을 문지른다. 엄마는 리모델링할 때 와봤어? 엄마는 고개를 흔든다.
“오긴 뭘 와. 돈이나 부쳤지.”
기나긴 서울 살이에 늘은 거라고는 의심과 걱정뿐인 내게 이 집은 너무나도 낯설다. 할머니는 크게 아픈 곳도 없었는데, 서재를 제외하고는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의 집처럼 조용하고 최소한만 있었다. 냉동고를 열어보고는 약간 기겁할 정도였다. 엄마. 이 집 만두가 없어.
얼룩 없이 깨끗한 부엌에 할머니가 미처 치우지 못한 게 한 가지 있었다. 커피. 외출 전에 한 잔 마신 것 같은 커피 잔이 그대로 남아있었는데 엄마와 나는 약속한 것처럼 그 잔을 건들지도 않았다. 그 대신 할머니의 커피 기계로 커피를 내렸다. 엄마는 설탕 두 숟가락. 잠깐 고민하다 내 커피에도 두 숟가락 넣었다.
어정쩡한 시간에 오랜만에 보는 모녀가 마주 보고 앉아있으니 어떤 말을 해야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지 고민하는 몫은 내 일이었다. 엄마 친구 중에 누가 최근에 수술을 했다고 했는데, 그 얘기를 꺼내야 하나. 보험 얘기로 넘어갈 것 같은데 그냥 다른 얘기를 할까, 애꿎은 숟가락만 잘근거리고 있는데 어쩐 일로 엄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조금 이따가 누가 올 거야.”
“누가 오는데?”
“할머니 친구 분.”
“뭐 때문에?”
“그냥. 이것저것 갖다 주시고 개 데려다주신대.”
“개? 누구네 개?”
“당연히 할머니지. 나이가 많은 개라던데.”
“할머니가 언제부터 개를 키웠는데?”
“재작년.”
할머니가 개를 키웠다고? 할머니가 개를 키운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개를 좋아했었나? 어디 시장 같은 데서 어쩌다 사 온 건가? 가끔 전화했을 때는 그런 얘기... 없었는데.
“어디서 데려온 거래?”
“그 무슨 보호소에선가 데려왔다더라.”
“할머니가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낸들 아니.”
그렇게 말하는 엄마의 머리도 하얗게 새어있었다. 엄마는 때때로 마트에 갔다가 뭔가를 물어보려고 전화를 걸어왔고, 키오스크가 있는 매장에서는 몸을 돌려 어정쩡하게 나가고 싶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나도 따라가지 못하고 삐끗하는 속도의 시대를 할머니와 엄마는 얼마나 절감하고 있었을까.
그러니까, 내게 그런 장면은 상상조차 되질 않았다. 할머니가 보호소에 관해 인지하고, 그곳을 찾아가 개를 입양한다든가 이런 일들 말이다. 서류 작성은 어떻게 했을까. 개는 어떻게 데려온 거야. 택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