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껴안고 쓰는 글

by 파치

개의 뒤통수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흐른다. 쫑긋거리는 귀는 온통 저쪽을 향해 열려있다. 개는 지금 굉장히 서러운 상태다. 오랜만에 놀러 온 책방에서 친한 동네 누나를 만났고, 책방 사장님과도 짧은 인사를 나눴고, 누나가 아는 사이인 것 같은 사람과 인사도 나눴건만, 어쩐지 모르게 평소의 날들과 다르게 자신에게는 관심들이 통 없어서이다.


개는 낯을 가린다. 다른 강아지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을뿐더러 다가와 인사를 하거나 멀리서 짖을 때에도 한결같은 태도와 표정으로 제 갈 길을 간다. 그렇다고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개에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에게는 무심한 얼굴을 하거나 잔뜩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그 사람이 자기 자리에 앉아 집중한 채로 개의 존재를 잊으면 그때부터 개는 서러워진다. 그럼 누나는 개의 턱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말한다.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 그렇지 않은 일도 괜찮아지기 마련이다.


개의 뒤통수 냄새를 맡는 사람은 누나와 형 둘 뿐이다.
거추장스럽게 뽀뽀를 하는 사람은 누나뿐이다.
조용한 책방의 온실은 개와 누나가 즐겨 앉는 자리이다.

3월의 저녁 일곱 시 반은 눈 깜짝할 사이 해가 져버리고 만다. 새파란 하늘이 언제인지도 모를 속도로 저물어가면 약속처럼 별이 퐁당거린다. 누나는 그 속도를 좋아했다. 언젠가 시계 시침의 움직임을 포착했던 순간처럼. 모래사장에 앉아 파도가 알알이 깨지는 모양새를 하염없이 바라볼 때처럼. 서럽기 짝이 없는 개에게 마냥 뽀뽀할 수 있는 지금처럼.

그러나 아마 개는 모를 것이다.
밤의 커튼을 등진 채로 애타게 책방 카운터를 바라보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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