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이

우리 둘째 고양이

by 파치

날이 추워지니 초승이가 서랍에서 자기 시작한다. 맨 밑 양말 칸. 동그랗게 말려있던 양말들은 초승이가 꺼내 온데간데없고, 자기가 들락날락할 틈바구니 정도로 서랍은 늘 열려있다. 가끔 이상한 곳에서 잠이 드는 애. 빨래 바구니 맨 위에든지, 건조대 위에서 하릴없이 자는 애.


초승이가 처음 우리 집에 와서 한 달을 굶은 듯이 밥을 아구아구 먹을 때 우주와 나는 멀찍이 앉아 구경했었다. 쪼그려 무릎을 껴안고 지그시 쳐다봤었다. 시간이 지나 배가 불러올 때도 에이 설마, 잘 먹어서 그렇겠지. 잘 먹긴 잘 먹더라. 설마 아기 가진 건 아닐 거야. 한참을 그러다가 거의 반은 내려놓은 마음으로 동물병원에 갔을 때를 생각한다. 아고, 금방 낳겠네요!


초음파를 볼 때에도 얌전히 누워 화면을 보던 애. 아기를 낳을 때는 겨울 옷이 들어있는 종이 상자를 다 열어서 옷을 다 꺼냈었다. 거기에 아기 네 마리를 낳았다. 방해가 될까 봐 멀찍이 앉아 바라봤는데 쉽게 진정하지를 못했다. 가까이 가서 등을 쓸어주니 그제야 아기를 낳기 시작했다. 아기를 전에도 낳아봤는지는 모르겠지만 태반을 끊고 축축하게 젖은 아기들을 보송보송하게 핥아냈다. 고요하고도 이상한 새벽.


날이 추워지니 수면잠옷을 꺼내 입게 된다. 수면잠옷을 입으면 와서 자세를 잡고 꾹꾹이를 하는 초승이의 이마에 콩 하고 내 이마를 붙인다. 그르렁하는 소리는 이마 안쪽 빈 공간을 울린다. 파고드는 볼에 뽀뽀를 한다. 까끌한 혀가 온 얼굴을 핥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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