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
수면잠옷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침대에 누워 우습게 날숨을 내뱉는다 공기청정기는 펑펑 돌아가는데 안경엔 김이 잔뜩 서린다 퇴근하자마자 시나몬 카페모카를 두 개 포장해와서 (선유는 휘핑 없이 나는 휘핑 있이) 숟가락으로 휘핑을 떠먹으며 끼니를 거른 개에게 사료를 한 알씩 내민다 대강 내밀면 맛없다고 먹질 않으니 (관절 사료여서) 내가 먹는 척을 해가며 어르고 달래 먹여야 한다 로봇 청소기 로로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얼마나 삶이 좋아졌는가 이제 건조기 건건이와 로봇 고양이 화장실 양양이만 오면 삶은 급속도로 희망차고 윤택해질 것이다 부지런하게 사는 꼴은 혼자 있을 때는 전혀 되질 않고 선유가 옆에서 끌어주고 당겨주고 지켜봐 줘야 바닥에 던져놓은 휴지 한 뭉치라도 얼른 휴지통에 집어넣는 것이다 혼자서 잘 살고 싶은데 혼자서는 잘 못하는 삶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하는 바람에 에어팟이 굴러 떨어진 줄도 모르고 삼십 여 미터를 걷고서야 알아차리는 나 무던하게 건강하게 대충대충 휘적휘적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