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
무드등이 망가졌다. 평소에 바로 잠들지 못하고 한참 뒤척이다 자는 습관 때문에 항상 머리맡에 등을 켜 둔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없던 난시가 생겼는데, 그게 불을 끄고 휴대폰 불빛을 오랫동안 바라봐서 라는 거야. 너무 놀라서 그때부터 머리맡에는 항상 작은 등을 놓고 지냈다.
어제부터 스위치 부근에서 퓨즈가 나갈락 말락 슬리퍼 끄는 것 같은 소리를 내더니 영 켜지질 않는다. 모양새가 뭐 대단하게 예쁜 것도 가격이 엄청 비싼 것도 아니지만, 엄마가 사준 데다가 전구를 잘 모르는 내가 직접 전구를 사다가 도로록 도로록 끼웠던 기억이 스친다.
그런 이야기가 있는 물건들을 쉽게 버리지 못해서 고달프기도 했었다. 어렸을 때는 안 그랬는데, 열일곱 살 이후로 엄마가 사준 물건들은 왠지 모르게 잘 안 쓰면 안 될 거 같고. 버릴 때도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가 뭐 사준다고 하면 그냥 돈으로 달라고 했다. 죄책감 반.
버리는 건 아깝고, 나눠주고 나면 홀가분한 기분이 들어서 한동안 그러기도 했었지. 언젠가를 기점으로, 이렇게 뭐가 망가지도록 쓴 건 또 오랜만이라....... 이상한 기분이 스민다.
이제는 버릴 거야. 그 많던 꽃 무더기를 뚝뚝 꺾어 버렸던 날처럼. 몇 년 간의 편지들을 다 내다 버렸던 때처럼. 그러니까 이건....... 버리지 못해서, 잊지 못해서, 미련과 집착으로, 놓지 못해서, 머물러 있어서 고단했던 지난날들에 대한 반성. 나를 갉아먹는 것들에게 영영 마주치지 말자고 말하고 돌아서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