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
여행 오셨어요?
아니요,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이 동네에 사시는 거예요?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가. 그럼 이 근처에 사시는 거예요? 라고 물어보셨던 거 같기도 하고. 아무렴 어때. 동네 라는 음절에 조금 집착하고 있다. 듣고 싶은 대로 듣고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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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는 저녁을 먹으면 으레 같이 영화를 본다. 그래서 사실 네가 저녁을 먹고 영화를 고르는 일에 꽤 집중할 때, 때때로 콧잔등이 시큰해져서 돌아눕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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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이 뒤죽박죽이다. 가령 illy의 브랜드 로고를 기억해냈다 치자. 그게 꿈속에서였는지, 길거리에서였는지, 그것도 아니면 티비의 광고 안에서였는지 조차 분간할 수가 없다. 사지도 않은 로또 종이를 찾고, 잠결에 통화로 정한 저녁 메뉴는 진짜로 정한 게 맞는 건지 곰곰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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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깨끗하게 보는 편이다. 전공책도 어찌나 깨끗하게 봤는지. 가끔 인덱스와 밑줄이 온통인 책들을 보면 신기하고 놀랍고! 좋아하는 문장에 인덱스를 줄 맞춰 붙이는 그 애정이 부럽다. 그런 책을 선물 받으면 얼마나 좋겠어. 사실 나는 나에게 쏟아지길 바라는 행동들을 직접 하면서, 내심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가끔은 내가 하는 말들을 주의 깊게 들어줘. 내 목소리를 좋아해 줘. 음과 색을 기억해 줘. 너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깊은 어딘가에 틔우게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