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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치 Oct 09. 2020

장래희망

글 모임 쓰담쓰담



최근의 일들은 너무도 정신없이 흘러가  먹고  읽고  어쩌는지를  수가 없는 날들이다. 까지고 쓰라리고 멍든 몸과 마음에, 함께 사는 동물 가족들이 아프기도 했고, 옥의 컨디션은 좋아질 줄을 모르고, 직장에서의 근무 오버 타임은 거의 10시간에 육박해있다.   것도 없는데 통장 꼬라지는  저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챙겨야  사안들과 써야  글들과 벌려놓은 작당들이  밑까지 차올라있는 상황.

그럼에도 급한 불과 관련 없는 영화와 영상물을 계속 시청하고 있으며, 자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과 동물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이외에는   하지 못해 안달이다. 핀터레스트의 카테고리는 스무 개를 훌쩍 넘었으며, 사진도 계속해서 찍어야 할뿐더러, 끊임없이 변화하는 난리통유행통에서 스크랩과 책갈피도 ! 해내야만 한다.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며  마른 그릇들은 착착 모아 모양과 색이 맞는 애들끼리 겹쳐 놓아야 한다.

배우는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너절하게 사는  좋아하는  아닐까. 성기게 엮여있는 하루하루가 뭐랄까... 대단히 나답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고... 놀랍도록 부지런하나 아무 거라도 일단 마무리를  했으면 싶고.......

있잖아, 마땅한 계획 없이 사는  말인데, 맞닥뜨렸을  스피드 퀴즈 하듯이 내던지는 해답들이 우연찮게 들어맞는 행운은 금세 끝날지도 모른다. 아냐, 조만간 끝난다. 느낌이 온다.

함께 있고도 싶고 동시에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도 가버리고도 싶은 마음은 수시로 번져 괴로워. 저기 미안한데 우리 나란히 앉아있기로만 해요.  손은 잡지 않았으면 해요.

하늘은 유화처럼 맑고 푸르른데 어쩌자고 저는 오늘도 출근해야 하냐고요. 그나마 괜찮은 점이 있다면 60킬로그램으로 처음 살아보는 덕에 바지가  맞는  빼고는  죽을 맛이라는 사실이다. 궁금한 건데 180센티메타에 90킬로그람이 된다면 어떤 놈이라도 상대해  기운이 생기는 걸까?

됐어. 아무도 상대하고 싶지 않다. 누구와도 싸우고 싶지 않고 어떤 일도 책임지고 싶지 않다.

나는  가지 일에만 매몰될  있는 사람들을 늘상 대단히 여겨왔다.  생태계를, 동시에 나무와 풀로 만든 가구와 소품을, 독립한 형태로 엮어낸 글들을, 아날로그와 오래된 물건들을, 아무거나 듣고 아무거나 떠드는 일을, 이야기와 사람이 모이는 공간들을, 또한 맛있는 음식들을, 아끼고 고쳐 쓰는 일을, 시간과 공을 들인 인테리어와  조합,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들을 쇼핑하는 , 중고든  거든 소비하고 소개하고 보여주는 날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사랑하고, 계절과 분기마다 집착의 사이클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열망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웹툰 유미의 세포들에 등장하는 소모임이  머릿속에서도 한창이라면 어떨까. 무성한 소모임들이 서로의 지분들을 요리조리 돌려막기하며 지내고 있지 않을까?

 되는 일은  때문에 재미가 없어. 빨리 세상 사람들 전부가 그렇다고 나한테 몰래 얘기해줬으면 좋겠다. 나뿐만이 우주 세계 바깥으로 무한히 멀어져만 가는 별똥별 부스러기라고 말한다면  진짜 섭섭해.

커피 마시고도 아무렇지 않았으면,  알레르기 같은  없었으면, 초원이나 움막이나 머리만 떨구면 잠들고 싶어. 우연하게 발견한 재능을 내세우고 싶어. 별다른 노력 없이 힘들이지 않고 살고 싶어.

근데요. 잔뜩 요란스럽고 낯가리고 세상에 도움  되고   벌고 골골대며 살아도 되지 않나요?  유한한 지구에?  하나쯤이야?  혼자 죽도록 외로워하고, 사회적인 관계망 사이에서 동떨어진 채로,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면서 쓰레기만 주우면  되냐  말이에요. 20 넘는 세월 동안 하루 종일 쓰레기를 줍는 사람에게 촬영 요청이 들어오면 메고 있던 쓰레기 가방을 붕붕 휘두르면  되냐 이거예요.   되냐 이거예요!

그래서  장래희망이 도대체 뭐냐고 묻는다면 미안합니다.  친구는 준최선의 삶을 구상하라고 했건만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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