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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치 Mar 16. 2021

지난 10월의 글




날이 더워. 쌀쌀했던 기운이 무색할 만큼.
일하는 내내 바람 드는 구석 하나 없어서 대충 세척실에 쪼그려 앉았어.

지난주 수요일에  시간 분량의 서류를 파쇄할 때는 싫지도 좋지도 않았어. 오히려 앞으로는 파쇄 업무를 도맡아서  5 40시간 파쇄만 하고 싶었어.

어제 수업에 가서 추출한 커피를 맛볼 때는 좋아서 깜빡 죽었다 깨어나고 싶었어.

도자기가 구워지는 날과, 목공방 선생님이 연락을 해올 날을 기다리고 있어.

기차에서는 으레 그렇듯 의무적으로 동화책을 펼쳤고, 마당에서는 미르 뒤통수에 턱을 괴고는  권을 순식간에 읽었어. 순식간 같은  시간이었어.

쓰기처럼 읽기도 그래.  숨에 읽어야  때가 있어. 이때가 아니면  책을 들출 날이 아주 나중에야  거라고 직감하고 있어.

책은  다섯   채워 빌렸어.
그때의 나는 도서관에 가는 행위 자체를 의식적으로 했던  같아. 도망치고 싶을 ,  그만두고 그냥 엎드려서 울고만 싶을 , 그런데 차마 그럴 수가 없을 , 오직 나만이  자신을 구할  있다는 것을 알아야  .

묵묵히 계단을 터벅거리며 오르는 거야. 마음만은 아주 정갈한 마음이야. 흡사 산이라도 오르는 모양새야.  오르면 학교 전경 사진도 찍고 그랬으니   했지.

장서실로 . 가끔은 멀티미디어실에서 영화도 .  조악한 헤드셋이 그리운 날도 오더라.

쪽지에 빼곡하게 궁금한 책을 끼적이고서는 복도를 거닐어. 골랐다가 내려놓기도 하고, 내용은 보지도 않고 껴안는 책도 있어.

 다섯 권의 책들은 잠깐 바람이나 쐬었던 거야. 대출이     되어 사람들의 옷차림으로나 계절을 가늠하던 책들 코에 바람이나 들게 해주는 거야.

지난주 토요일에는 김성중의 소설집을 샀어.
고등학교  그가  개그맨에  빠져 살았어. 자주 들고 다녔고, 자주 선물했던 기억이 .
지금은 서울에 있는  여자 친구에게 처음 선물한 책도 그거야.
 애를 아득히 사랑했던  아닌데도  날이 가끔 떠올라.
열아홉에   있는 사랑은 스물일곱에   있는 사랑과는  다른 면이 있겠지.

그치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아.

서로 사랑한다고 해서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는  알아.

갑도 을도 없다는  알아.

그런데  이렇게 오늘은 맡겨둔 사람처럼 굴고 싶어질까? 네가 내게 절절 매기를, 때로는 울며 전화를 걸어오기를, 맹목적인 사랑을 폭포처럼 쏟아붓기를, 그런 일들을 어떤 때는 기다려, 나는.

 자신을 구할  있는  오직 나뿐임에도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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