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먹기

(2019.10)

by 파치

낮에 시장을 지나다가 과일들 사이에서 포도를 봤다. 포도다! 먹고 싶으면 사. 선유가 말했다. 딱히 안 땡긴다는 뜻이겠지. 고개를 쭉 빼 가격을 확인했다. 만 원. 만 원어치 포도를 먹을 자신은 없었다. 시장에 나가면 무화과도 상자 채로 팔고 오렌지도 열 개 묶어서 판다. 오렌지 열 개 사본 건 청 담글 때 빼고는 없는데요.


저녁에 요구르트를 사러 간 마트에서 포도를 팩으로 파는 걸 발견했다. 낮에 안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3280원, 2710원, 2590원, 2030원....... 2030원! 제일 작은 포도 하나를 사 왔다. 조금 전에 끌러서 먹기 시작했다. 아, 이렇게 열심히 먹는 데도 반을 채 못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유투버 박막례 할머니의 공통점은 과일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이다. 내 친구는 카카오톡으로 과일을 보내주면 배송받은 날 거의 끝을 낸다. 과일을 생으로 먹는 걸 누구보다 좋아한다! 대단하죠?


포도 고작 이천 원어치를 먹으면서도 볼 안쪽이 당겨와서 괴롭다. 차라리 미르랑 같이 먹을 수 있는 걸로 살걸. 갑자기 잘 먹지도 않는 포도가 먹고 싶어서는....... 미르가 앞에 앉아 나를 힐끗거릴 때마다 안된다고 고개를 내젓는다. 안돼! 누가 이건 준대도 싫다고 짖어야 돼. 알겠지? 미르는 왜 그러냐는 얼굴로 멀뚱히 쳐다보고. 초승이는 포도 시큼한 냄새가 궁금한지 앞발을 얹은 채로 코를 열심히 움직인다. 내일은 남은 포도를 다 먹을 수 있겠지.

작가의 이전글불로소득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