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어떤 목표를 가질까?
10년이 채 안 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동료를 만났다.
팀장이 되고 나서는 몇 명의 팀원을 떠나보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그저 같이 대화하고 놀기 편안한 동료들이 좋았다.
비슷한 성격, 비슷한 또래, 비슷한 관심사, 비슷한 주량(?)의 동료들과 어울려 놀았다.
동료가 퇴사한다는 것에 큰 타격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의지이고, 자신의 선택이라 여겼다.
연차가 쌓이고 회사가 익숙해질 때는 왠지 모르게 동료에 대한 평가가 자연스러워졌다.
공과 사는 구분되고, 적어도 맡은 일은 책임지고, 조금의 영혼을 가진(?) 동료들과 어울려 놀았다.
동료가 퇴사한다는 것에도 일부 타격이 있었다. 좋은 동료가 떠나간다는 일이 제법 외롭게 느껴졌다.
팀장이 됐을 때는 자연스레 ‘우리 팀’, ‘우리 팀원’에 대한 무리가 생겼다. 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팀장은 팀원이 회사에 적응을 하고, 일을 하고, 성과를 내보이는 일에 책임이 부여됐다.
회사에 잘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 팀원을 회사의 인재로 만드는 일이었다.
팀원을 키운다? 누구를 키워봤어야 말이죠? 식물 하나 안 키워봤는데...
책상에 올려 둔 남은 간식에서 곰팡이는 키워봤어요. 크흠.
팀장으로서 결제권자의 역할을 하는 것, 슈퍼비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간다.
팀원이 못한다? 결국 팀장이 못한다!라는 답으로 귀결되는 것을 겪다 보면... 이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맞다.
첫 팀원이 기억이 난다.
팀장이 됐으니 요구받는 것들이 생겼다. 역할이 달라졌다.
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자신감에 가득 차서, 팀원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생각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얼추 열두 명의 팀원을 만나면서부터 알았다.
결정적인 선택은 팀원의 몫이라는 걸 알았다. 팀원을 키운다는 것의 의미는 내가 앞서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욕심이었던 거지. 자만했던 거지. 자신 하나 마음대로 안되는데. 하하.
똑같은 행동에도, 똑같은 지도에도, 똑같은 메시지에도 결국 받아들이는 팀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는 걸 몸소 느껴가면서 겸손해졌다.
팀장이 팀원을 이끄는데 보여주어야 할 언행은 ‘최소한’의 것이면 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이제는 먼저 들이대지 않는다.
팀장이랍시고 먼저 전전긍긍하며 연차에 맞게, 업무에 맞게,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들먹이며 성장시키는데 연연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약속된 슈퍼바이저로서의 역할만을 최소한으로 지킨다.
이제 수요 없는 공급 따위 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팀장이 영향력이 크지 않을 때, 팀장이 자신의 기준을 고집하지 않고 유연하게 수용할 때,
그 팀장과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더라. 그렇게 저마다의 가능성을 드러내더라!
팀장으로서 갖는 확신, 욕심, 리더십보다도
팀원 스스로 갖는 의지, 열정,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걸 더 일찍 알았더라면... 크흠.
그렇게 팀원을 이끄는 가치는, 팀원이 팀장의 말을 얼마나 잘 듣고 일을 하느냐를 떠나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성장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느냐,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보이느냐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
지금 당장 일을 해내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데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방침을 갖고, 어떤 책임감을 가지느냐를 본다.
그 과정에 팀장으로서 어떤 분야를 얼마나 서포트할 수 있느냐를 생각한다.
일을 하는 지식이나 기술일지, 일을 하는 가치관일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일지
고민하는 모든 과정에 기꺼이 함께 고민하고, 서포트할 준비가 되어있다.
팀원을 키운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
팀원이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
그 기다림에 조금은 영양가 있는 거름이 되어주는 것.
결국 팀장으로서 할 일은 가능성을 보이는 팀원을 알아보고,
팀장으로서 자부할 수 있는 어떤 것을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책임감을 갖는 것이었다.
팀장이 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서포트를 받아 성장해 온 만큼,
나도 누군가를 서포트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저마다의 기준이겠지만, 성장하지 않는 팀원도 만나봤다.
성장을 하지 않는 것인지, 못하는 것이지 알 수 없다.
아마 자신만이 알겠지.
하지만 끝내 성장하지 않고자 하는 직원에게 줄 수 있는 거름은 없었다.
오히려 기대에 지쳐갈 뿐... 그래서 포기하는 편이 쉬울 만큼 힘들었다.
이제는 앞장서서 욕심내지 않는다.
성장 가능성’은 곧 스스로의 몫이라는 걸 알았으니.
한 팀에서 일하던 팀원이 떠나가는 일에 상처받지 마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마음을 내어준 만큼, 애를 쓴 만큼 힘들다는 걸 압니다.
그만큼 보람도 있고, 성취감도 있는 일이었다는 걸 압니다.
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함께 일하는 옆 부서 팀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팀장으로서 팀원에게 마음을 쓰는 모든 분들께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팀장으로서의 언행은, ‘어긋나지 않은 최소한’이었으면 충분합니다.
팀장으로서의 마음은, 팀원이 성장하고자 했을 때 서포트할 책무를 가졌다면 충분합니다.
팀원의 가능성을 알아차리고, 그 가능성이 언제 꽃 피우는가에 따라
얼마나 오래 기다리느냐, 얼마나 오래 내어주느냐의 차이일 뿐일 겁니다.
충분했다 생각합니다. 그 애씀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