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꿈의 잔상
"그분"이라고 하겠다.
면접 볼 때부터 그분은 '싸~' 했다.
흔히 말하는 압박면접과 유사하게, 난감한 질문과 함께 원하는 대답이 있는 듯 재차 물어댔다.
직업 상 사람의 감정과 태도를 살피고 인식하는 것이 익숙한 편인데다가, 면접관과 면접자의 자리가 너무나도 가까워서 그분의 감정이 그대로 읽히는 듯했고, 나를 긴장하게 했다.
경력직을 뽑는 자리였던 터라 직무에 대한 질문들이 오고 갔고, 30분이 조금 넘는 일대다 면접을 마쳤다.
다행히 면접 결과는 '합격'이었고, 지금의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다행인건가...?
(현재 나는 4년 6개월째 근무 중인, 이 회사 한정! 장기근속자이다.)
첫 출근날이었다.
면접 때 나를 긴장시켰던 그분은 없었다.
회사 분위기는 썩 괜찮았다. 무엇보다 직원들 간의 관계가 편안해 보였다.
식사 후 쉬는 시간, 팀 내 선임이었던 대리님한테 물어봤다.
"대리님, 혹시 저 어떻게 합격하게 되었나요?"
대리님이 팀장님을 대신하여 면접에 들어와 있었기에, 합격자가 선정되는 과정을 알까 싶어서 질문했다.
면접을 잘 봤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왜 뽑히게 되었을까? 굉장히 단순하고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대리님은 대답을 우물쭈물 고민했지만, 재차 질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분은 나를 뽑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알아버렸다.
아차차??
괜히 물어봤나 싶은 생각이 스쳤지만... 우선 알았다!
이틀째 날이었다.
그분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왠지 공기부터 달라지는 느낌적인 느낌...
아니나 다를까?
그분은 오자마자 직원들을 한 명씩 차례차례 자리로 불러대기 시작했다. 그분의 자리는 사무실 젤 안쪽 자리였고, 나는 그분의 앞! 앞! 자리였다.(뒤통수를 드러낸
자리... 위험해!)
퇴근까지 이어지는 호통과 고함, 각종 언어폭력들...
점점 나의 머리와 어깨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으로 앞! 앞! 자리에 있던 나에게 불똥이 튈까 싶어서, 눈에 띄지 않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었다.
점점 아래로 아래로.
그분과 함께 일한 첫날, 나에게 딱 한 마디 걸었다!
"새로운 신입이구나? 내가 좀 시끄럽지!"
와우... 시끄럽지??
대답조차 못했다.
그날부터 일상이 되었다. 직원들을 자리로 불러서,
슈퍼비전이라는 명목하에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언어폭력을 쏟아내는 나날이 반복됐다.
퇴근길,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궁금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그날부터 한 달 정도? '그분'의 하루하루 놀라운 만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리 기관에 악마가 살아...!!"
"직원들 불러다 욕하는 게 월급 받고 하는 일인가 봐!"
"최고관리자는 뭐하는거지?"
"잘 못 온 거 같아. 빨리 발 빼야 하나?"
...
수많은 만행들에서 수많은 고민을 하였지만,
나는 결국 남기로 했다.
아직은 나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막연히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그래도 나에게는 든든한 대리님과 팀장님이 있으니까!
당차게 신입답게, 내가 할 일만 했다.
입사 후 며칠이 지났을까, 꿈을 꾸었다.
그분에게 매일매일 불려 다니던 한 팀장님이
그분에게 마구잡이로 맞는 꿈이었다.
너무나도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꿈의 잔상은 오래갔다.
"대리님, 팀장님... 저 그분 꿈꿨어요! 꿈에서 저 팀장님을 진짜 때렸어요!!"
며칠 동안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적잖이 충격적이긴 했던 것 같다.(물리적으로만 안 때렸지 사실 입으로, 말로 때린 거지 뭐...)
몇 달 지나지 않아, 결국 그 팀장님은 퇴사를 했다.
다시는 이 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렇게 처음, 그분으로부터 동료를 잃었다.
진짜 우리 회사에 악마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