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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여나 May 29. 2023

공공의 적이 있다는 건

전쟁터를 걷는 동료들


그분으로 인한 100가지 해악 중에 1가지 유익이 있었다면! ‘그분’이라는 공공의 적으로부터, 직원들 간의 동료애가 극에 달했다는 점이었다.


직원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안타깝게 여기며, 회사에 문제가   같은 일은  함께 도왔다.

개인의 과업과 성과를 떠나, 회사 입장을 바라보며 함께 일하고 있었다.


어떤 부서에서 문제가 생겼다?

(사실 그분은 없는 문제도 문제가 되게 했다...)

모든 부서에서 상황을 살피고 열일 제처 두고 도왔다.


회사에  소리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한,

서로를 지키기 위한, 전 직원의 의리였다.

실제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와 같은 조직문화는 신입직원에게 좋은 면으로 다가왔다.


흔히 말하는 직원들 간의 이간질, 정치질이 있을 수가 없었다.

어떤 누구도 그분의 라인을 타고 싶어 하지 않아 했고,

오히려 최선을 다해 그분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최고관리자와 그분은 한 라인이었기 때문에, 그분 말고 회사에 대적할 수 있는 라인은 없는 실정이다.


굳이 편을 갈라보자면,

최고관리자+그분 vs 전 직원이 되겠다.


직원들의 노력은!

오롯이 ‘일을 해내는 능력’으로 나타났고,

우리 회사는 날이 갈수록 타 회사와 똑같은 직원 수에 비해 많은 일을 감당해가고 있었다.

(그 안에서 수많은 직원들이 갈리고 희생되고 있었다.)




회사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하니, 직원들이 흔히 말하던 '타깃'도 보였다.

그분이 '싫어하는 직원'을 ‘타깃’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유독 심한 언행을 드러내는 직원과

오히려 언행을 조심하는 직원이 구별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타깃은 부서마다 있었다.)


그렇게 일 반, 눈치 반,

회사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쯤 지나서였을까,

옆자리에 앉은 타 부서 선임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3개월까지 신입들한테 정 안 붙여요. 상처를 많이 받아서."라는 식의 말이었다.


처음엔 좀 섭섭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나는 그 옆 부서 선임이 좋았기 때문에,

빨리 친해지고 싶었던 동료 중에 한 명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그 말이 이해는 됐다.

 회사 '퇴사율' '재앙' 자체였으니까.

당연히 수습기간 내에 발을 빼는 영리한 사람들도 많았고, 머문다 한들 1~2년 안에 퇴사하는 직원이 대부분이었다.


볼꼴 못볼꼴 다 보며 정을 준 동료가 떠나고, 하루아침에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앉아있는 모습이란...


말하지 않아도 사람이 ‘소모품’으로 여겨지는 듯했다.




그렇게 공공의 적으로부터 맞서 싸우기 위한 직원들의 노력은 가상했다.


사무실에서 ‘그분’의 눈치를 봐가며 서로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도 한계가 있었다.

점심시간에 그분을 제외한  직원이 카페에 모여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일상을 살피던 문화가  회사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으로 남았을 정도로...


동료애를 넘어, 전우애랄까?


앞서 있던 동료들이 쓰러져 나가고,

새로운 동료가 들어오는 일상의 반복...


무기는 없이 방패만 있는,

전쟁터와 같은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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