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어벤저스는 없어
매년 절반이 넘어가는 퇴사율에 대해서는
‘MZ세대도 팀장이 된다’ 글에서 짧게나마 언급한 적이 있었다.
서로가 ‘소모품’이 되어가는 것이,
동료가 퇴사를 결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였다.
같은 사무실 안에는 30명이 조금 넘는 직원들이 있다.
하루는, 한 달이 멀다 하고 퇴사하는 직원들을 보며
1년 사이에 퇴직자가 된 직원의 숫자를 세어보았다.
17명이었다. 절반이 넘는 숫자다.
다들 입을 떡 하고 벌린 채 놀랐다.
너도나도 소감을 쏟아냈다.
“퇴사율 미쳤다...”
“이 정도면 재앙 아니에요?”
“우리 회사에 타노스가 있다!”
“이렇게 채용공고가 많이 올라가니까 소문이 나지”
“새로운 직원이 오는 게 신기하다”
등등
그렇다. 이곳은 현실판 ‘마블’이었다.
매일매일 악당과 싸워야 하는 전쟁터.
하지만 이곳에 어벤저스는 없었다.
그저 절대적인 존재와 맞서 버티다가,
결국 쓰러져야만 끝날 수 있는 영화였다.
타노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선택적인가, 선택적이지 않은가 정도?
(적어도 타노스는 무작위 아니었나?)
이곳은 철저하게 그분의 손가락 하나에
선택적으로 직원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예외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분이 곧 기준이 됨을, 두 눈으로 본 적 있었으니...
우리 팀의 팀장이 옆 부서로 발령을 받고 난 후였다.
옆 부서 팀장이 우리 팀으로 왔다. 그분이 '타깃'하여 싫어하고 소문이 난 팀장 중 한 명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그분이 무작정! 무근본! '아니다'라는 피드백을 내렸다.
하루아침에 매일 하던 일이 아닌 일이 되는 경험이란? 참 신박했다.
(이때부터 그분의 능력에 대한 확실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더랬지...)
2층 사무실에서 지층 사무실까지 건물이 떠나가라 소리 지르며 계단을 우당탕탕 걸어오던 그분은,
화가 날 때면 건물에 있던 주민과 손님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분노조절 장애가 있던 그분은,
야아~!!!
우당탕탕
발로 퍽퍽(물론 물건을)
쓰리 콤보 발사~!!!!!!!!
그렇게 우리 팀에 온 지 얼마 안 된 팀장에게 알 수 없는 폭언과 가스라이팅을 시전 했고,
그 모습은 일진 언니? 동네 깡패?를 연상케 했다.
그 분노는 가만히 있던 물건과 가만히 일하던 직원들까지 번져갔고, 그날 지층에 있던 직원들은 가만히 있다가 못 볼 꼴을 당했다.
(특히 소리를 지르며 벽과 물건을 발로 차던 그 모습은, 눈 질끔... 끔찍하게도 최악이었다.)
그날부터 우리 팀은 지옥길 시작이었다.
흔히 말하던 '타깃'이 우리가 된 것이다.
새로 온 팀장은 매일을 자신이 잘못했다, 자신의 탓이다 사과하다 끝내 2달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렇게 또, 그분은 미션을 성공했다.
이후 우리 팀에 있던 대리가 팀장으로 승진을 하게 되며 우리 팀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팀장이 된 대리님은 시름시름 앓아가고 있었지만...
회사 동료들에게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퇴사하겠다는 직원을 절대 말리지 않는 룰.
어떤 이익과 성과도 비교치 않고 퇴사를 응원하는 룰.
만약 직원의 퇴사가 아닌,
근속을 말한다??
천하의 반역자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그분과 함께 일하면서
우리는 좋은 사람을 보내주는 일도,
그렇다고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아 졌다.
좋은 동료를 머물지 못하게 떠나보내며
그 상처와 상실감을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새로 온 직원에게 더 이상 쉬이 다가가지 못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