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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여나 Jun 08. 2023

일을 하고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아가는 직원들


앞서 퇴사한 직원들 사이에서 종종 ‘아파서 나간다’는 소식을 듣곤 했다. 이상한 일도 아니다(지금도).


동료들은 항상 퇴사를 얘기하면서

‘줄 서세요. 순번 지키세요!’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실제로 직원들은 순번을 정해놓은 듯 차례차례,

시름시름 앓아가고 있었다.

언젠가는 나의 차례가 올 것처럼...


이번 주자는 우리 팀의 팀장이 된 대리님이었다.


존경하던, 따르던 상사였다. 단단해 보이던 상사였다.

아무리 단단해도 그분과 부딪히면 깨어질 수밖에

없는 걸까... 팀장이 된 지 3달쯤? 퇴사를 결심하더라.


그로부터 팀장님은 퇴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회사에서는 결코 쉽게 퇴사를 시켜주지 않았다.

(이곳은 신기하게도 사직서를 회사가 주어야 받아가는 절차를 갖고 있다...)


그분은 퇴사를 무기 삼아, 팀장을 이용하여 

그동안 처리하지 못하고 남아있던 골칫거리 과업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팀장 혼자 해결할 수 없었기에 우리 팀은 다 함께 한 마음 한 뜻으로 도왔다.

팀장님의 퇴사를 위해서! 주말까지 나와서 일을 했다!!


당연히 팀장님은 그 동안, 더욱 시름시름 앓아갔다.


미주신경성실신’이라는 증상과

공황장애 전조증상’을 들어가며


지하철로 출근하던 길에서 다시 이나 병원으로 가던 나날이 반복되던 때를 지나,  이상 회사생활이 불가능할 때쯤이 되어서야 회사에 사직서를 들이밀며 퇴사를   있다.


회사에 퇴사를 이야기한 지 무려 8개월이 지난 후였다.


놀랍다. 이곳은 입사보다 퇴사가 힘든 곳이었다.

잘못 발을 들였다간 내 한 몸 부서져야 빠져나올 수 있는 곳이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도대체 왜 퇴사를 못하느냐,이곳의 직원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것 같은데...

각종 회유와 협박을 받다 보면 사람이 그렇게 되더라.

흔히 ‘안전이별’을 하는 마음과 비슷하달까?

(물론 좁디좁은 이 직종의 특성도 한 몫한다)




그 이후에도 아픈 직원의 등장은 익숙했다.

옆 팀으로 갔었던 나의 첫 번째 팀장님은

끝내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퇴사를 했으니.

(심지어 8개월을 견뎌낸 팀장님보다 몇 배는 더 힘겨운 퇴사 기간을 보냈다.)


그분의 직장 내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졌다.

고함과 폭언과 물건을 내려치는 것은 기본으로,

직원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쯤 되면 '최고 관리자는 뭐하나' 궁금하겠지?

놀랍게도 최선을 다해 '방관'한다. 심지어 '종용'한다.

그분이 회의실에서 소리를 지르면, 친절하게 문을 닫아주는 서비스 정신을 갖췄다. 젠장.


최악의 최악이다.


시간이 흘러 나의 두 팀장님을 만난 적이 있었다.

(내가  회사에서 팀장으로 승진한 이후 였다.)


나의 첫 번째 팀장님은 고향으로 내려가 같은 직종에서 일하고 있었으나, 그분으로부터 당했던 유사상황에만 놓이면 바로 공황증상이 나타났고, 치료를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했다.


8개월 동안 시달리던 팀장님 또한 고향으로 내려가서 휴식을 취하다, 전혀 다른 직종에서 일하고 있었다.


두 팀장님들은 나에게 신신당부했다.

그분으로부터 '당하면' 그 즉시 나오라고.

참거나 버티지 말라고. 더 늦어질수록 아프다고.


참 신기한 일이다.

이 회사의 직종은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는데,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함께 일을 하는데...


사람 그 자체로 훌륭한 자원이 되는 이 현장에서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 현실이란,

직원들이 시름시름 앓아가는 현실이란,

그 영향이 주변에게 펴져가는 현실이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최근에 최고 관리자가 외부로부터 우리 회사의 소문을 들었다며 알려줬다.

'저 회사는 건강하게 들어와서 아파서 나가는 곳이다'라는 소문.


이어지는 뒷말로

다들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과연 뭘 조심하라는 걸까?

내 건강을? 아니면 내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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