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입술을 꽉 깨물었던 진짜 이유

by 마당 귀퉁이

"제왕절개는 후불제 고통입니다."


수술 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진통제와 무통 주사를 몸에 달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평온했다. 너무 겁을 먹었던 탓일까, 아니면 현대 의학의 승리일까.


회진을 오신 의사 선생님이 물으셨다.

"많이 아프신가요?" "아뇨, 견딜만합니다." "통증을 1부터 10까지 숫자로 표현한다면요? 10이 죽을 만큼 아픈 거예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음, 1에서 2 정도요."


선생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무 안 아픈 척했나? 3이라고 말할 걸 그랬나?' 민망함이 스쳤다.




몇 년 후, 아침.

아이와 20분째 양치질로 실랑이 중이다. 이제는 정말 나가야 할 시간.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른다.


'지금 화를 내야 하나? 얼마나 내야 하지? 1이나 2 정도로는 기별도 안 갈 텐데.' 그래, '좋아, 5 정도로 가보자.'


5만큼의 화의 무게를 담아 뱉는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말해. 지금 바로 치카치카하세요."


효과가 있다. 아이가 마지못해 칫솔을 잡았다. 그런데 아이가 소리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묻는다.

"엄마... 화났어...?"


'아!!!! 이를 어쩌나? 너무 사랑스럽다.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순 없다.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차갑게 대답한다.

"어, 엄마 지금 화났어."


그제야 알았다.

엄마가 화낼 때 왜 그렇게 입술을 꽉 깨물었는지, 그건 화가 나서가 아니라 사랑해서라는 걸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