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결혼 전 약속했다.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 유난 떨지 말고, 평소에 서로에게 더 잘하며 지내자고. 그래서 우리의 생일은 늘 소박했다. 마트에서 산 장식 없는 케이크 하나가 파티의 전부였다.
특별한 음식을 먹지도 않았고, 식후에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면 끝인 파티였지만 우리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솔이가 태어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알던 '충분함'은 머리로만 이해한 관념이었다는 것을.
올해 내 생일엔 지인이 보내준 쿠폰으로 케이크를 샀다. 내 생일이지만 메뉴는 솔이가 가장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였다.
솔이는 케이크 하나만으로도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아이처럼 웃었다.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촛불을 끄고 싶어 안달이 나고, 내가 안 된다며 말리면 그게 또 재미있어 까르르 자지러진다.
결국 우리 집 모든 생일 케이크의 촛불은 솔이의 입바람에 맥없이 꺼진다. 참고로 우리 집 케이크의 모든 초는 솔이 담당이다.
그 해맑은 웃음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케이크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뿐, 솔이처럼 온 마음으로 그 '충분한 만족감'을 누리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 집 생일 파티는 더 이상 단출하지 않다. 화려한 선물은 여전히 없지만, 솔이가 채워주는 충만한 행복이 거실을 가득 메운다. 케이크 하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을, 우리는 아이에게 배우고 있다.
이제 우리 가족 셋은 케이크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생일 파티를 할 수 있게 되었다.